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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0


원제 : 안녕 절망선생(さよなら 絶望先生)

원작 : 쿠메타 코지

재작 : 샤프트(꾸러기 수비대(1995), 마호로매틱(2001), 이 사람이 나의 주인님(2005))

제작년도 : 2007년 일본

감독 : 신보 아키유키(대표작: 소울 테이커(2001), 마법소녀 리리칼 나노하(2004) )

각본 : 카네마키 켄이치

 

 

 절망했다!

 

 '절망선생' 의 의미.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그의 본명을 가로로 붙여 쓰면 절망(絶望) 이 된다. 그의 가문의 성씨 때문에 이름을 붙여 쓰면 형은 절명(絶命), 그의 여동생은 절륜(絶倫)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완성되는데...


 
국내에서는 하야테처럼를 출간한 하타 켄지로의 스승으로 알려진 쿠메타 코지의 원작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입니다. 매사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에 따라 사소한 일에도 절망했다 라며 매사를 비관하는 이토시키 노조무 선생과 그의 개성 있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시니컬함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노조무 선생의 문제 캐릭터(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사회적 이슈, 인터넷, 언론, 미디어 등에 대한 비판을 투영시킨 학생들의 모습들을 자학적이면서도 비관적인 노조무 선생의 언변과 극단적인 행각으로 넌센스적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매우 긍정적인 소녀인 후우라가 나무에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으려는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남성과 마주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세상에 절망한 나머지 목을 메달아 죽으려는 선생을 가까스로 구출해 낸(사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찰나에 줄이 끊어졌지만) 후우라는 죽게 내버려두지 왜 그랬냐 라는 선생의 말에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라며 맞받아 치기까지 합니다.



 

 선생과 후우라의 첫 만남은 선생의 자살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보이는 후우라는 선생이 목을 매단 이유가 키를 늘리기 위하여 라고 제멋대로 해석하며 자신의 어머니나 아버지도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키를 늘리려 했다 는 경험을 자신 있게 말하게 되지요.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비관적인 사나이 세상에서 가장 낙관적인 소녀 라는 극단적인 성향의 두 인물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이후 담임을 맡게 된 제자들과의 이런저런 이야기와 묘한 매치를 이루게 됩니다.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사회적 비판

 

 매사를 '모 아니면 도다' 식의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키츠 치리. 성격답게 머리도 스트레이트 파마로 5:5

 주인공 노조무가 담임을 맡게 된 2학년 헤반 에는 온통 개성 있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스토커, 2중인격자, 외국인 노동자(불법 체류자), 동물꼬리 수집가, 악플러, 동인지 오타쿠 등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이슈를 투영한 인물들이며 출석을 하지 않거나 사고를 범하면서 어쩔 수 없이 노조무 선생의 일생사에 끼여들게 됩니다. 선생은 이런 학생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를 반복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절망하기도 하지요.

 

 2화에서 등장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인 코모리 키리(코모리 키리는 특어박히다 라는 일본어에서 유래) 캐릭터는 1학년 때부터 출석하지 않아 가정방문을 하게 되고, 코모리양을 집안에 재물을 들여주는 좋은 요괴 라 말하며 오히려 밖에 나가지 못하게 방을 폐쇄하고 주변에 부적과 인형을 전시하는 후우라에게 당하고 맙니다. 충격과 두려움에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코모리양은 이후학교에서 틀어박혀 살게 되는 은둔형 캐릭터로 변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중증 스토커 츠네츠키 마토이(츠네츠키 마토이는 항상 들러붙어서 따라다닌다는 의미)는 좋아하는 남자를 스토킹하다 경찰에 연행되지만, 선생에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동반자살 여행가방을 이용하라 라는 말을 듣고 애정을 느껴 역으로 선생을 스토킹하는 역할로 바뀌게 됩니다. 

 


 평소에는 책 하나 남 앞이 쑥쓰러워 읽지 못하는 오토나시 메루양...하지만 그녀가 후대전화를 손에 쥐게 된다면?


 외국인의 인격야마토 나데시코(일본 특유의 요조숙녀 이미지)의 인격을 두루 갖춘 2중인격자 교포소녀 카에데나 평소에는 극심한 수줍음으로 연약하고 조용한 이미지로서 각인되어 있지만 문자메일(휴대전화 문자메세지)만 손에 쥐게 되면 영락없는 독설가(악플러)로 변하게 되는 오토나시 메루, 그리고 동물의 꼬리를 만지다 다치는 바람에 항상 온몸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꼬리 수집가 코부시 아비루, 외국인 불법 체류자로 출석번호를 구입하여 학교에 다니게 된 세키우츠 마리아 타로, 가해망상에 시달리며 자신의 존재 자체가 남에게 폐가 된다고 느끼는 카가 아이, 인상만으로 사람을 의심하면 안된 다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오히려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날카로운 인상으로 인해 무혐의 처분을 받는 미타마 미요 역시 극중에 등장하여 사회문제를 간접적으로 비꼬는데 일조를 하게 됩니다.

 



이런 독설을 서슴없이 선생에게 보내게 된다. 내용은 '바보녀석 시끄러워. 이상한 무늬있는 기모노 입고 다니지 마'

 설상가상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학생들의 문제를 모두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려는 후우라와 모든 것은 빈틈없고 확실하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 키츠 치리(킷치리는 빈틈없다라는 일본어)와의 미묘한 말싸움은 작품을 보는 데 있어 부가적인 재미로 자리잡게 되는 것입니다.

 

 

 절망선생이 전하는 절망했다 의 메시지

 

굳이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극중에서의 사소한 일상에서도 노조무 선생은 쉽게 비관하고 절망하여 목숨을 끊으려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의 논리는 과대망상적이고 피해의식이 가득하지만 어찌 곱씹어 본다면 이상하게도 나름대로의 설득력과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말입니다.

 

 1화에서 선생과 처음 인연을 맞게 된 후우라가 50엔을 주며 자신을 복숭앗빛 계장님 으로 부를 수 있게 해달라는 넌센스에 돈으로 더럽혀진 이 세상에 절망했다 라며 무엇이든지 이름을 붙이는 데 돈이 들어가는 사회를 비꼬기도 했고, 카드로 개인정보나 통장 잔액을 관리하는 카드사회에 절망했다 라며 절망하는 노조무 선생은 행여 악의 조직이 지하철 패스에 불법 기기를 설치하여 손쉽게 국민들의 개인정보나 잔액을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라며 성토를 하게 됩니다.

 

 또한 현지 우리들에게도 매우 주목할 만한 소재를 다루기도 했는데, 이는 좀만 하면 뭐든지 띄워주는 대형 미디어에 절망했다 라는 에피소드입니다. 단지 그 업계에서 조금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이유로 미녀사업가, 미녀 스포츠선수, 꽃미남 스포츠스타 등으로 무분별한 과장을 일삼는 경우라든가 어린아이가 조금만 머리가 좋다 쳐도 천재소년이라며 언론에서 띄워주고 각종 상품들을 마구 찍어내는 세태를 고발한 것이지요. 이외에도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무조건 미디어에서 까고 보는 비난 사회에 절망했다 라는 부분 역시 그저 웃고 지나가기에는 조금 무거운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통해 선생은 일부러 사회에서 먼저 비난받고 상처받기 전에 미리 학교에서 비난 받는 훈련을 시키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게 되지요.

 

 '모 H사이트' 에 접속하여 샘플사진을 보며 '사전답사' 를 하는 주지스님...


작품 후반부에는 노조무 선생이 아닌 극중의 등장인물들이 이 대사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수학여행 사전답사를 하면서 인생에서의 사전답사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 를 설명하려던 찰나 1년 동안 매일 같이 좋아하는 소녀의 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소년을 보고 소심한 사람의 사랑의 사전 답사마저 스토커 취급받는 세상에 절망했다 라며 외치는 주지스님이나 재미 없는 영화를 보고 환불해 달라는 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달아나던 감독이 원작대로 만들었는데 비난하는 세간에 절망했다 라며 노조무 선생을 따라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음은 왠지 돈도 들기도 하고 왠지 무섭기도 해서'...이 사이트는 사전답사만 하고 그만두게 된다.


 이러한 노조무 선생의 감정 어린 외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줍니다.절망했다 라며 준비해 둔 밧줄을 이용해 수시로 목을 메는 장면은 답이 없다 라며 치부해 버린 현대사회의 문제를 보여 주려 하기 보다 누군가 제발 도와달라 라는 식의 전형적인 자살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지요.(실제 극중에서도 선생은 위기마다 구조를 받거나 해도 오히려 이러다 죽으면 어쩌라고 라며 모순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절망선생 은 현실에 절망할지언정 진정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니악한 작가의 개그센스, 그리고 논란

 작품의 핵심인물인 후우라양. 그는 매사를 극도로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선생의 말에 끼여든다.

 

 사실 이 작품은 일본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충분히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대대수가 일본 사회에서의 떠오른 문제나 굳어진 풍토에서 나온 모순점에서 소재를 캐 온 것이고, 일본 특유의 만담식 개그나 작가 특유의 네가티브적 성향 또한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독자에 취향에 따라서는 사실 교훈이나 감동을 기대하기 보다는 중간중간에 제공되는 미소녀들의 하렘풍 서비스컷이나 작품 중간에 벌어지는 난해한 내용의 아이캣치가 눈에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작금에서는 이 작품의 마지막편을 보고 내용에 절망했다! 라며 지적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던 가해망상소녀 의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소녀가 탄생한 원인을 어떤 문제이든지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일본교육의 고질적인 문제 라고 지적하는데, 놀랍게도 선생은 이를 예전부터 우리들은 일본이 세계에 폐를 끼친다고 반복적으로 배워왔다 라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더욱 논란의 소지가 된 것은 선생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마리아양의 대사이지요. 자살한 선생의 장례식장에서(실은 죽지 않았지만) 마리아는 서로 자신의 탓이라며 슬퍼하는 학생들에게

 

무턱대고 피해자인 척하는 나라가 많은 가운데 그래도 (일본은)좋은 나라 잖아…’

 

 라는 파격적인 말을 하게 됩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해자인 척하는 나라 라면야 한국이나 중국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터. 왜냐하면 일본정권은 대내적으로 은근히 이런 식으로 한국을 비꼬는 억양의 언변을 발설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한 마디로 말해서 '그래도 피해망상보다는 가해망상이 더 낫다' 라는 말이지요.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을 보는 독자들은 심히 나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주인공 후우라가이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라며 뒤이어 수습을 하려 한 것도말이지요
 

 일본인의 스미마셍(죄송합니다.) 이라며 항상 낮은 자세를 취하는 태도는 오랜 굳어진 습관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나쁜 가식 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이런 가식적이고도 경직된 사고방식을 비판하려던 것이 핀트가 잘못되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앞서 말했던 차라리 피해망상보다는 가해망상이 더 낫다 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려 했던 것인지는 작품을 보게 된 독자의 몫이겠습니다. 어차피 이 작가의 개그는 자국에서도 상당히 난해하고 유니크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말입니다.

 

 

 결언

 

안녕 절망선생 1기 오프닝 - 人として軸がぶれている(사람으로서 축이 흔들리고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원작으로 접하게 되었을 때에는 이 선생이 나와 비슷한 면이 많구만 이라며 그의 언변과 사고방식에 있어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은 그 짧은 편수 만큼이라도 밀도 있는 작품전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정작 의미 없는 볼거리와 난해한 마지막편이 사람을 매우 거슬리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네가티브적인 캐릭터가 좀 나와 주어야 만화 보는 재미가 있지 않겠냐 라는 논리때문에 한편으로는
블랙코미디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가 아닌 한국에서 이런 캐릭터가 나와 보다 정돈된 시각으로 사회를 비판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풍의 만화가 드문 일본에서도 괴작 취급을 받는 터에 갸뜩이나 인구와 수요가 적은 한국에서는 무리라고 생각되는군요. 어쨌든 이 작품을 접하시는 분들은 보다 능동적인 사고로 이 절망선생의 논점과 메시지를걸러서 받아들이시기를 기원합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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