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친구의 긍정적 사고가 나를 울렸다. 53


나 : 지난번에 동네 근처의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시식코너에서 정말 맘에 드는 여성을 보게 되었어. 방학 시즌이라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던데 앞으로 계속 그녀를 만날 기회는 없는 걸까.

친구 : 걱정마, 거덜난 살림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시식코너를 전전하는 미래의 네 신세와 취업이 안되어 할인마트 시식코너에서 말뚝 박게 될 그녀의 운명이 합쳐진다면 수 십년 동안은 만날 수 있겠지.



나 : TV 좀 봐, 소녀시대라구. 난 저런 예쁜 여자랑 사귈 수 있을까? 물론 저런 여자들은 나 같은 놈을 보자마자 맘에 안든다고 투덜거리겠지...미래에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진짜 그런 분위기라도 눈치채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친구 : 걱정마, 평생가도 만날 일 조차 없으니까. 설령 만나게 되는 순간 그녀가 쌩까겠지.



나 : 휴...나 요새 걱정이 생겼어. 아버지에게 수 천 만원의 빚이 생겼다구. 우리 형편에 갚는 것은 무리일텐데 말이야...난 왜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거지.

친구 : 걱정마, 어차피 아버지 돌아가실때 상속포기각서나 쓰면 되니까. 그보다 미래에 너에게 생길 빚부터 걱정하라구.



나 : 복학하면 당장 4학년이야. 복학하자마자 바로 취업준비부터 해야하는데 남들은 토익이다 자격증이다 뭐다 하면서 돈을 쏟아붇고 있다더군. 난 어쩌지?

친구 : 걱정마, 어차피 뭘해도 취업이 힘든 네게 그런 걱정은 필요없는 것 아니겠냐.



나 : 요새 시험기간이더라고. 내가 보았을 때에는 평소 예습 복습 잘하고 오답노트 같은 것을 잘 활용하면 시험 때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 근데 옆집 여자아이는 준비 못했다고 나한테 징징거리던데 말야. 평소 시험 준비 못한 걔는 어떻게 될까?

친구 : 걱정마, 넌 매 순간 준비해도 좋은 대학 못 갔잖아.



나 :  요새 들어서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뭘 해도 침울하고 되는 일도 없는데다가 내 미래가 너무 암담하게 느껴진다고. 사람이 너무 큰 착각에 빠져 살면 안된다고 하던데 말이야...

친구 : 걱정마, 넌 드디어 착각 속에서 빠져나온 거야.



나 : 지난번 너의 충고때문에 떠올랐어. 진짜 나 나중에 가서도 우리 아버지처럼 평생 고생하고 빚만 남는 비참한 인생을 살지는 않겠지? 미래의 내 자식이 나를 보며 원망의 회한을 품고, 마누라가 내 곁을 떠나는 순간...난 진짜...

친구 : 걱정마, 넌 가정을 꾸릴 자격조차 없는 놈이니까.



나 : 요새 건강상태가 좋지 못해. 우리 아버지는 대대로 대머리였고, 우리 어머니는 대대로 당뇨병이라는 무서운 병에 시달렸지. 나 역시 우리 부모님을 닮아 좀만 있으면 대머리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노인이 되어 있겠지.

친구 : 걱정마,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있을 확률이나 그럴 가치도 없는 인생이니까. 아마 그 전에 몹쓸 병에나 걸려 한큐에 죽는게 낫지 않을까.



나 : 내가 태어난 가정환경과 현재의 못난 내 모습...이 모든 것을 통틀어 보았을 때 내 인생은 이미 실패작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솔직히 이전부터 말해왔지만 나 이제 이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죽고싶다고.

친구 : 걱정마, 네가 일부러 그 고통을 한꺼번에 짊어질 필요는 없어. 그냥 죽을때까지 천천히 괴로워하고 고통을 느끼는 거야. 그럼 고통과 괴로움이 일상이 되어버리니 한결 낫지 않을까. 



나 : 아니야, 넌 지금까지 알량한 말로 은근히 나를 비꼬았지만 중학교때 선생님이 그러셨어.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얻고 자신의 처지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라고 말이야.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비하하거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인 양 말하지 않을거라고.

친구 : 그래 맞아, 그래서 나도 매일 너를 볼 때마다 희망을 얻고 내 처지에 매우 감사하고 있지.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세뇌 2009/04/20 19:47 # 답글

    천진난만하고도 냉철한 친구의 한마디....
    저런 센스를 익혀야 깐족으로 살아남을텐데말이죠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3 #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수준은 넘었지요
  • zigz 2009/04/20 20:02 # 답글

    ㅎㅎㅎㅎㅎ
    좋은 친구입니다~* 아, 나도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 흐흐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3 #

    인내심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줄 것입니다.
  • 무량수 2009/04/20 20:09 # 삭제 답글

    저에게도 저리 비슷하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지요.
    ㅋㅋ 친구의 말에 의하면 상처는 후벼 파서 고통을 못느끼게 되어야 잊혀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제 추측이 맞다면 쓰레기청소부님의 평소 생각이 친구의 말이고 나라고 지칭되는 것은 평소 쓰레기청소부님이 평소 이런 독한 말을 퍼부어주는 친구분이 아닐까 싶네요. ^^;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4 #

    음...그건 아닙니다. 저는 독설과는 매우 친하지 않거든요. 제 친구 중 누군가는 독설에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
  • 플로렌스 2009/04/20 21:22 # 답글

    아...눈물이 나야 할 것 같은 시츄에이션인데 웃긴 것이...;;;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5 #

    저는 눈물이 나고 있었습니다...
  • 아크몬드 2009/04/20 21:26 # 삭제 답글

    인내심을 길러 주는 친구네요..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5 #

    이런 말에 무감각 해지는 것도 오히려 이상한 것인데, 옮아서 따라하게되면 큰일이죠
  • 고민인김씨 2009/04/20 22:24 # 답글

    잠깐 눈물좀 닦고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6 #

    윽....
  • 라세엄마 2009/04/20 22:34 # 답글

    전 저 '상속포기'랑 비슷한 말을 친구에게 해준적이 있습니다.
    한달이 안돼서 친구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뜨셨죠.
    그뒤로 아직까지 연락이 안닿습니다.
    .....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6 #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 우연히도 겹쳐졌네요. 친구분께 먼저 연락을 하셔서 관계를 유지하심이...
  • 풍신 2009/04/20 22:41 # 답글

    친구의 엄청나게 날카로운 인생 견해...
  • 쓰레기청소부 2009/04/20 22:47 #

    날카롭지만 저런 상태로 살아가다가는 '인생' 이라고도 할 수 없겠군요
  • ㅇㅇ 2009/04/20 22:59 # 삭제 답글

    부정적인 쪽으로 긍정적이군요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43 #

    음...아마도 그런 듯 싶습니다.
  • 슈타인호프 2009/04/20 23:08 # 답글

    무, 무서운 분이십니다;;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43 #

    흉악한 악플러들보다는 귀여운 면이 있긴 합니다만...
  • SoulbomB 2009/04/20 23:44 # 답글

    전 친구의 대답을 읽을때마다 그저 살인충동만 일어나는걸요 =ㅅ=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1 #

    충동 느끼면 아무래도 지는 것 같은 상황인 듯 하네요.
  • 오린간 2009/04/20 23:53 # 답글

    실제로 저랬다간 싸다구 맞을지도 몰라요 ㄷㄷㄷ
    그나저나 글에서 '나' 라는 사람은 제 친구 한명을 떠올리게 하네요 ;;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1 #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정말 그렇겠죠. 흠...주변에 그런 분이 계시다니...
  • 2009/04/21 00: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2 #

    헉...이런...듣고보면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 -A2- 2009/04/21 00:12 # 답글

    무지 웃기네요. ㅋㅋ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2 #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lain 2009/04/21 00:14 # 답글

    친구분 맘에 드네요. -_-b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6 #

    으..으음...하지만 살다보면 아닐 것 같습니다...
  • 엘리스 2009/04/21 00:17 # 답글

    굉장하신 분이군요.
    친구로 있을 수 있다는게 신기한 걸요.
    갑자기 만화 얌생이가 떠오르능...OTL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6 #

    친구로 있을 수 있다는게 라는 부분에서 심히 감명 받았습니다. 흐음...
  • 키밈 2009/04/21 00:30 # 답글

    저런게 친구라니....!!!!!!!!!!!!!!!!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7 #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있죠. 특히 이공계쪽에는...
  • uto 2009/04/21 00:51 # 삭제 답글

    최고네요. 김구라도 못따라갈 독설이네요.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1:57 #

    뭐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맞는 말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 tmxklove 2009/04/21 00:58 # 삭제 답글

    놀러오세요
    영화,드라마 많아요~~
    저희까페에 놀러오세요^^ 물론공짜 ㅋ
    그냥 가입인사 한마디만 해주삼^^
    http://cafe.daum.net/cine333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02:51 #

    으음...일단 구경 잘하다 갑니다.
  • 콜드 2009/04/21 05:00 # 답글

    은근히 비수를 찌르는 말만 골라서 하는 거 같군요 ^^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1 #

    어떻게 본다면 은근히도 아니로군요....
  • 시크토깽이 2009/04/21 10:38 # 답글

    '나'라는 놈이 원체 병신이라 보고 있으면 답답하긴 할듯? 저놈은 끝도 없이 땅속으로만 기어들어가네?ㅋㅋㅋㅋㅋㅋ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2 #

    물론 제가 답답한 면이 많습니다.
  • Riblet 2009/04/21 12:23 # 답글

    내안의 또 다른 내가 아닐까 싶었는데; 정말 친구분인가요?;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2 #

    매일 저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변에 저런 긍정적인 분이 계시지 않나요?
  • 아라 2009/04/21 16:37 # 답글

    재미있는 글이네요.^^
    저런 긍정적인 친구 10명쯤 있으면 세상 살 맛 안 나겠는걸요.ㅎㅎ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8 #

    세상 살 맛 난다고 하신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보니...아니네요...
  • 엘레인 2009/04/21 16:43 # 답글

    도박묵시록 카이지 보면 저 친구분이 하는 말과 비슷한 풍의 폭언들이 좔좔좔좔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7 #

    음..그 작품 한 번 보고싶군요
  • 엘리스 2009/04/25 03:33 #

    아! 저도 그 만화 좋아해요.
    그 분 그린 만화들은 다 그런 분위기던데..
    그런데 카이지는 보면서 진짜 뭔가 느끼게 되는..;ㅂ;
    특히 "돈은 목숨보다 귀하다" <라는 말을 보고 처음엔 엉?-_- 했는데
    뒤의 표현들을 보고 조금 슬퍼지더군요...OTL...
  • 2009/04/21 17:56 # 답글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ㅠㅁㅠ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8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양이그림자 2009/04/21 18:09 # 답글

    진짜 친구분이십니까?(...)
  • 쓰레기청소부 2009/04/21 22:16 #

    예...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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