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역시 현실의 결혼은 웨딩피치와 비할 바 아니군요 6


'웨딩피치' 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혼인도 할 수 없는 나이의 소녀들이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와
결혼의 중요성을 거듭 설파하여 악마들에게 종종 시비를 거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접하기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결혼식의 이미지는 정작 이처럼 근사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줄 만한 계기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생각합니다.
(아니, 현실을 빨리 알아버렸다라는 것이 적절할 테지만...)

여하튼 오래전부터 '형식적인 의례' 나 '행사' 같은 것에 익숙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덕택인 이유도 있었기에
지난주말 친척형의 결혼식이라는 곳에 난생 처음 참석하게 된 저로서는 최초로 결혼식을 가까이서 '경험' 하게 된 셈입니다.
비록 포항이라는 먼 거리에서 성사된 결혼식이었지만 말이죠.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참석한 결혼식의 풍경은 말 그대로 혼잡했습니다.
포항'시' 전체를 걸쳐 예식장이라고는 단 2군데 밖에 없기 때문에 
좁은 예식장에 1시간 간격으로 빽빽하게 진행된 결혼 스케쥴은
기다리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금치 못하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었습니다.

결혼식 20분 전에도 친가, 외가에서도 아무도 오지 못했기에(결혼 시작 10분 전까지 결혼식이 끝나지 않았으니) 할 수 없이
이들을 기다리며 지켜보았던 대략의 광경들은 하객들의 대열이나 떠드는 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 
그 외 수많은 골칫거리들로 인해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너무 판에 박힌 소리인가요.

물론 그 후 시작된 친척형의 결혼식은 하객석에 앉은 채로 조용히 관전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난생 처음 결혼식 식순이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되는 경험을 했다고나 할까요.
'신랑입장' 이라는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입장한 친척형은 참으로 당당하게 걸어나왔습니다.

결혼식 식순은 익히 알고 있는 신부입장, 신랑에게 신부를 인수인계, 주례사부터
이벤트적인 촛불 성화와 케익 자르기, 신랑 개인기, 축가 등의 순서로 전개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상상한 것과 그리 차이는 없었다고나 할까요. 

상상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사이지만 결혼식이라는 곳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와
사람들의 태도는 분명 난생 처음 느끼게 된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평생에 1~3번 정도 밖에 없는 중요한 행사이므로 하객들은 진지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신랑신부를 응원하고 축하해 주었으니 말입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조용히 도망치듯 식장을 나온 저로서는 이제 축의금으로 구입한(?) 식권을 들고 
기름기 풍부하며 성의 없는 구성의 뷔페음식을 먹으로 갈 차례
만 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저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결혼식 전이나 후에나 정말 이러한 '혼인' 이라는 의식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하기 이를데가 없었습니다. 비록 많은 부분은 업체에서 해주기도 하지만 말이죠.
축의금 계산에서부터 찾아온 하객들을 반기는 일, 그리고 신부나 신랑이나 모두 비싼 돈을 들여 의상을 장만해야 하겠죠.
결혼 전부터 얼마나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겠습니까. 결혼식 전에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
예를 들어 살 집을 마련한다든지, 혼수용품 장만과 친가를 방문하여 예단비를 건네준다든가 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엄청난 비용과 수고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저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 같고, 돈이 없는 자는 역시나 하기란 불가능 하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요새는 결혼비용이 1억을 훨씸 넘는다고 하던가요. 제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적령기는 10년 후가 될텐데
취직해서 연봉 1200 만원을 받아 열심히 저축해 보았자 20년은 족히 걸리는 액수
입니다.

더군다나 자금을 겨우 마련한 20년 후라면 이미 결혼비용도 물가상승률만큼 올라 있을 것이니
결국 '평생에 1~3번 있는 중요한 행사' 라는 이유로 나머지 평생을 고통받게 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죠.
결국 부모님이 땡전 한 푼도 없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인데...

결혼식 이벤트 중에서 사회자가 신랑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하여
하객석의 하객들에게 얼마나 빨리 5만원을 모아서 가져올 수 있냐는 시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에는'이 작은 돈(누구에게는 2일치 일당이지만)을 나중에 얼마나 불려나갈 수 있을지는 신랑의 몫이다. 열심히 살아라.'
라는 사회자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겠지만 요즘처럼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애정이 아닌 돈을 불려나갈 수 있는 능력과 출신성분 등으로 결혼을 택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세상에서
이러한 사회자의 의도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남녀 둘 간의 무슨 순수한 애정보다는
사회를 지탱하는 이념과 가치에 맞는 조건을 우선으로 선택시 하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진 계약의 속성
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거나 비하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두 분 다 학원강사로서 열심히 살아가며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입니다.
비록 제 생일도 묻혔고 중요한 휴식타임을 소비하느라 지금도 온 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말이죠.
      물론, 살아가면서 결혼이라는 것을 한 번 구경이라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라 생각된 하루였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풍신 2009/05/12 00:12 # 답글

    결혼식이라...며칠 전에 친구가 결혼한다, 애도 낳을거야 콤보를 먹은 적있죠. 결혼식도 초스피드 약식으로 해결...

    어쨋건 형식적으로 뭔가를 남기는 것은 제게 있어서 의미가 크질 않아서인지 전 결혼하기로 결정한 직후 라스베가스에 가서 부모고 뭐고 다 무시하고 뚝딱 결혼한 후에 사후 보고를 한 저희 사촌 누님을 가장 존경합니다.(오오 실속있다고 생각한 것은 가족 중에 저를 포함해서 몇명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 쓰레기청소부 2009/05/12 02:56 #

    매우 실속있는 누님이 계시군요. 사실 결혼식의 화려함, 혹은 얼마나 형식적인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보통 여자쪽인데 말이죠
  • 아르젤 2009/05/12 18:27 # 답글

    그레서 저는 솔로인생을 즐깁니다
    ㅇㅅㅇ
    화려한 솔플
  • 쓰레기청소부 2009/05/12 20:04 #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솔로이시죠. 허나 나중에 돈을 모으면 각종 서브컬쳐 비용으로 투자한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 아르젤 2009/05/13 18:27 # 답글

    여자친구따위를 만드느니 그돈으로 서브컬쳐가 ㅇㅅㅇb
  • 쓰레기청소부 2009/05/13 18:37 #

    대략 멋진생각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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