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걸리지 않는 눈치 2


학원 수업을 마치고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지하철을 타러 신촌역을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요새 지하철 풍경이 그렇지만 이리저리 복잡한 지하상가와 사람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혼란스럽기까지 한데
마침 그날은 예전처럼 혼잡하지는 않아 한결 개운한 기분으로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지하철 내에 있는 휴대폰 대리점(부스에 휴대폰을 진열해 놓고 사람들에게 파는...)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다른 때와는 달리 일하던 청년이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지 쉬려고 했는지 하여튼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점장(혹은 사장)으로 보이는 검은색 양복의 사나이가 그 청년을 보더니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너 거기 앉아서 뭐하는 건데?

그 청년은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점장에게 다가갔고, 예상한 대로 사장의 갈굼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볼일이 있어 10여 분 동안 그 근처를 서성이게 되었는데 역시나 그 청년은 고개를 푹 숙인채로 점장에게
계속 갈굼을 먹고 있는 것이 눈에 선히 보였습니다. 지하철 지하도 한복판에서 말이죠.

아시다시피 휴대폰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종일 휴대폰 부스에 서서 목이 터지게 호객행위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직원이 멀뚱히 자리에 앉아 있으니 점장을 화가 날 수 밖에요. 하루종일 호객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죠.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평소에 그 직원이 불성실하기로 찍힌 직원이 아니라면
무슨 집안에 고민거리가 있거나 혹은 몸이 아프거나, 아니면 4~5시간 동안 서 있느라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청년이 잠깐 쉬다가 딱걸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 순간에 걸릴 만한 행동을 한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만...

대학, 아르바이트, 군대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사실 희한하게도 경험상 '정말 불성실한 사람' 이 지적 받은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소에 성실한 사람이 아주 사소한 오해로 상사에게 찍혀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인데요.
어째 세상은 눈치가 빠른 사람만을 더 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적도 받쳐 주어야만 하지요.

군대에서 알던 어떤 후임은 매사에 좀 불성실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임을 처음 보게 된 신병들은 다들 '성실하고 군생활 잘 할 것 같다'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인 병사를 불성실하고 어울려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엇갈린 평가를 하였습니다.
완전히 그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기 전에는 그 인식은 군생활 내내 갈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겉으로 보이는 그의 이미지 만으로, 그리고 지금껏 걸린 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 학생을 성실하고 훌륭한 학생으로 평가하기 쉽상입니다. 그 학생의 실제 모습을 알려고도 하지 않다면 더 심한 경우지요.
클레스메이트나 룸메이트가 아닌 이상 그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후배들도 좋게 인정합니다.

앞에 '핸드폰 청년' 을 보게 된 이후로 이런 경험들이 족족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와 '걸리지 않는 눈치' 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이에 능력까지 받쳐준다면 인생을 이토록 편안하고 비젼있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것입니다.

요즘 신문기사를 보면 OECD 국가 중 한국인 근로시간이 최상위급이라는 통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가가 떨어지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일당 2달러의 아프리카 원주민들과 비교하면 답이 없겠지만...)

이처럼 같은 시간의 일을 하고서도 적은 수당을 받는 다는 것은 매우 억울한 일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승진이나 근속이라는 여건도 보장해 주지 못하는 마당에서
오히려 적당히 하다가 상사가 오면 열심히 하는 척 하는 태도가 그나마 이런 억울함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일까요.

짤리지 않을 정도로만 일을 하다 매년 연봉을 가져가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사회의 윗분들이야 '엄청 많이 일하는데다 최고의 생산효율성을 발휘하는 사람' 에게
'최소 수준의 연봉을 계속 주고 싶어' 하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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