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09/06/2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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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세상만사 잡담

기나긴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비로소 본격적인 경쟁지향의 사회로 진출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산 '고인' 이 된 제가 남겼던 마지막 작품입니다. 왜 '산 고인(living dead)' 이라는 표현을 썼냐 하면, 이 시기가 제 인생에 있어 전성기였고, 가장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뚜렷하면서도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매우 당당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학교에 진출하면서 저는 비로소 개성이라는 것을 잃어버리고 삶과 시류에 순응하는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렸지만 말입니다. 사실, 초등학교때라고 해서 뛰어나거나 멋진 학생이었던 것도 절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흔히 초등학생 시절과 지금의 자신과는 분명 괴리가 있다 정도로만 회상하고 계실수도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시기만큼 개성있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집단은 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시기라고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부조리와 반목같은 것이 존재하는 시기이지만 말이죠.
여하튼, 화상의 책자는 당시 담임을 맡고 계셨던 선생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른 반에서도 같은 이벤트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업시간 일부를 할애하여 개인당 1장씩 부여된 공간에 그림이나 글을 자유롭게 남겨 나중에 반 친구 모두의 글과 그림이 합쳐져 작은 책자가 완성 된 것이죠. 이미 발행된 지 10년도 훌쩍 넘었으니 여기 실린 글이나 그림을 보고서 웃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로 이 책자에 실린 만화가 바로 '제가 그린 작품' 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그림을 남에게 과시하려는 의도로 '이건 3년 전에 그린 것입니다.' , '이건 5년 전에 낙서삼아 그린 것입니다.' 라는 (거짓말)표현을 사용하고는 하지만 이건 정말 10년 도 더 된 그림입니다.
혹시나 내용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설명을 드리자면 몬스터에게 겁탈 당할 위협을 당하는 소녀를 어떤 용사가 구해주는데 사실 그건 바로 제 꿈의 한 장면이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짐작하셨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 정말 유치한 만화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뭐...사실 저는 과거에 '개그만화' 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예나 지금이나 남을 웃기는 재주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평소 진지한 만화만 그려오다가 달랑 두 페이지밖에 안 되는 좁은 지면에 만화를 그리려다 보니 이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죠. 더군다나 이 당시에는 제가 처음으로 제도용 잉크와 펜을 사서 만화가 흉내를 내려다 보니 그만 비뚤비뚤한 선과 번짐으로 인해 밑그림과 실물과는 엄청난 괴리감이...그래서 당시에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은 초등학교 6학년의 그림실력이 평생을 가지만(관심이 없어 안그리니 그렇죠.) 저는 지금이나마 예전에 비하면 그림 실력이나 내용이나 많이 늘게 된 편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겠습니까? 뭐 수준으로 본다면 거기서 거기겠지만...
여하튼 지금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두고두고 살퍄보아도 이처럼 소중한 추억거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강행 하신 프로젝트가 나중에 얼마나 소중한 재산이 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계기가 아닌 듯 싶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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