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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신이 된다는 제안을 받아 들이시겠습니까? - 황금로봇 골드런 11


 1998년 공중파에서 방영되어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황금로봇 골드런(원제: 황금용자 골드란)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사실 1998년 당시 공중파 만화의 판도는 이미 슬램덩크에게로 상당 부분이 넘어갔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농구만화의 전성기라고 회상할 수 있었지만,이와는 별개로 이 작품은 파격적인 색상과 재질의 용자와 구닥다리 컨셉의 3인조 악동 주인공들의 모험, 그리고 이를 압도했던 찌질이 왕자님의 등장으로 인해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개성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첫 방영 당시 제가 느꼈던 것은 오프닝과 엔딩곡의 화려함이었습니다. 우리나에 방영되었던 공중파 애니메이션들은 극소수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엔딩과 오프닝곡의 개념이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죠. 엔딩과 오프닝곡이 따로 존재하는데다 그 퀄리티까지 상당했던 것을 본다면 당시 방송사에서 기획 측면으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중가수인 소찬휘씨가 오프닝과 엔딩곡을 불렀던 것 뿐만 아니라 곡의 퀄리티 자체도 상당했던 것을 본다면 말입니다. 더군다나 우연인지는 몰라도 일본판과 마찬가지로 주제가의 가사에 등장로봇의 이름이나 그에 관한 키워드가 들어 있지 않았던 것도 신기했고, 무려 극중에서 버라이어티쇼 스타일의 자막넣기 기법도 선보였던 것에서 한편으로는 충격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방영 당시의 제가 이 작품을 그리 재미있게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황금재질로 되어 있었지만 용자물 사상 유일하게 단색의 컬러를 갖추고 있었던 골드란의 디자인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주인공 팽이(타쿠야), 솔개(카즈키), 바우(다이) 3인방의 개성이란 옛날 애니메이션이나 전대물에서 나올법한 전형적인 '개구쟁이, 우등생, 뚱보 괴력남' 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반의 악역인 울프(왈자크) 왕자의 찌질함이나 이를 따라다니는 말괄량이 샬랄라(샤란라) 공주, 형에 비해 한없이 똑똑하지만 결국 선역으로 돌아오게 된 시리어스 왕자 등등 개성이 얼핏 보이는 캐릭터의 등장은 반길만한 일이었으나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했다고나 할까요.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개그와 패러디가 주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공이 높을 수록 이 패러디들이 확연히 잘 보일 것이고, 이 외의 주인공들과 울프 왕자 간의 엇박자 개그 역시 극을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칫 이 작품의 맥을 찾지 못하면 그저 그런 어설픈 개그 졸작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겠죠. 방영 이후 몇몇 커뮤니티나 용자물 관련 게시글을 보면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을 '까는' 글이 줄곧 올라오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작품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질 정도로 너무 가볍고 부산하다라는 평가를 내리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작품을 리뷰하면서 이러한 작품의 흐름과 숨겨진 재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난 뒤에는 '왜 당시 이 작품이 재미없게 느껴진 것이지?' 라는 의문이 들게 되었습니다. 보통 과거의 작품이 재미있게 느껴졌더라도 머리가 크고 가치관의 변화가 생긴 이후에는 그저 '유치하고 애들용이다.' 라는 재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용자물 사상 가장 큰 변혁을 이끌어 낸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당시에 이 작품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던 분들의 감상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재미없다, 유치하다, 어설픈 개그다, 용자물이라 해도 너무 가볍다.' 라는 평가는 돌이켜 보면 그만큼 이 작품이 기존의 용자물 작품이 가진 틀을 얼마나 깨려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감독의 전작인 '용자경찰 제이데커' 의 진지함을 받아들였던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소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결국 이 작품을 비유한다면 비록 작품 자체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건담 시리즈의 'G건담', 마크로스 시리즈의 '마크로스 7' 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기존의 팬들(바로 전작만 취했으면서도 작품의 역사를 떠받드는 존재들)에게는 반감을 살 만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정작 원조팬들에게서는 새로운 시도와 재미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오히려 기존의 용자물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접근기회를 안겨 주었다는 평가는 일본 내에서도 유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패러디와 개그가 주를 이루는 작품 스타일을 오랫동안 지속된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한 번씩 쯤은 실험적으로 적용시켜보아도 좋을 것 같더군요. 



 놀랍게도 이 작품의 진가는 최종화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당시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작품의 결말이 역대 용자물 사상 가장 특이하면서도 밝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소원대로 라젠드라에 도착하게 된 주인공 일행들은 라젠드라의 여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찾았으니 이만 늙은 자신을 대신하여 '우주의 신' 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결론은 활기찬 소년들은 당연히 '싫다' 라는 말로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고 또다시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신이 되면 모험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인공 일행들은 생계문제나 고향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물론, 덤으로 순진한 악당은 주인공들의 '새로운 라젠드라로 떠난다' 라는 낚시에 걸려 그대로 주인공 일행들을 뒤쫒아가는 바보스러운 행동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결말을 두고 제 친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럼 신이 되어 모험을 떠나면 되잖아?' 라고 말이죠. 하지만 신이 되면 우주를 통치해야 하니 당연히 모험을 떠날 여유도 없을 것이고, 신이 되는 순간 우주의 진리와 모든 세부사항들을 알게 되는 셈이니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인 '모험' 이라는 것 자체를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오히려 이 작품에서의 결론은 신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후에 모험이 지겨워지고 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얼마든지 라젠드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aaaa 2009/08/17 08:59 # 삭제 답글

    당시엔 재미없었죠? 이거 재미없는거 맞아요.
  • 쓰레기청소부 2009/08/18 03:16 #

    지금은 재미있습니다. 물론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미없는 최악의 작품리스트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 fkdlrjs 2009/08/17 09:20 # 삭제 답글

    전 이때 중학생이었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는데요
  • 쓰레기청소부 2009/08/18 03:17 #

    저도 당시에는 중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사실 3대 라무를 보고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그닥이었는데 실은 찾아내지 못한 요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 샛별 2009/08/17 09:23 # 답글

    전 당시에도 재미있었는뎅 -ㅁ-

    저는 그때 아쉬웠던게 있다면, 극중에서 버라이어티식 자막을 넣을때, 너무 억지로 넣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안맞은거랑
    몇몇 부분에서 수정을 하면서 화면이 질질 끄는 부분들.(나중에 원작 찾아보니 일부러 자막 넣으려고 수정하다가 질질 끌게 된부분이더라고요)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것빼고는 상당히 참신했어요
  • 쓰레기청소부 2009/08/18 03:18 #

    중간에 삭제된 에피소드로 인해 갑자가 새로운 머신이 별 소개도 없이 등장하거나 하는 것도 참 가관이었지요. 메카닉은 오히려 골드런 이외의 로봇들이 눈에 더 띠었던 것 같군요.
  • 골드런 좋아요 2009/08/17 09:54 # 삭제 답글

    저도 당시 중딩인가 그랬는데 진짜 재밌게 봤는데요^^^^^
    특히 중간에 한번 로봇끼리 합체하는데 적이 공격해서 합체 실패 했던건 정말 크나큰 충격이었죠.
    오오오 합체하는데 공격하다니 너무 리얼해ㅠㅠ 이러면서 눈물을 흩뿌리며 감동했었다능.
    오프닝 엔딩 아직도 생각나네요. 노래 좋았었는데.
  • 쓰레기청소부 2009/08/18 03:19 #

    합체방해작전은 다간, 제이데커 등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주인공 로봇인 드란이 유부남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 풍신 2009/08/17 19:55 # 답글

    신세계의 신이 되면 그게 그대로 사망 플러그라서...일지도...(엥?)
  • 쓰레기청소부 2009/08/18 03:19 #

    묘하군요. 맞는 말씀 같습니다. 하지만 그 플러그라는 것 자체도 신의 영역이라면...뭔가 복잡하기도 하군요.
  • 으으 2009/08/23 05:30 # 삭제 답글

    드란 유부남 뿜죠 ㅇㅇ;; 그것보다 결말에서 낚시걸고 여행을떠나는 그장면 여왕이 또 파워스톤을 뿌리는.... 이번에 뿌린 9용자말고보다 한참많은 막 몇십개의 빛들이 날아가던... 이것들은 무엇일까나 라고 생각하곤 했었죠.. 설마 다그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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