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대한민국의 희망 0.1% ? - 열폭 직전이야! 8


 작년 겨울쯤에 꿈에도 그리던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물론 군대이지요.) 당시에는 전역도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니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고 대략 몇개월 후 전역을 하게 되면 바로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집에 가서 쉬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오랜만에,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집에 와서 TV를 보자마자 기쁨에 눈물이 맺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병장이라지만 군대에 있을 때에는 마음껏 누워서 TV를 보지는 않았거든요. 계급이 풀렸다고 해서 지나치게 행동하는 것도 좀 그렇고 보직상 생활관이 있는 시간도 적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편히 누워서 TV를 틀었는데 우연히 '대한민국의 희망 상위 0.1%' 라는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제목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이 제목이 틀렸을수도 있지만 여하튼 제목은 이런 뉘앙스였습니다.프로그램의 취지는 바로 민족사관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수재들의 인터뷰와 생활취재를 하는데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단 시작은 남들은 수능영어 붙잡고 끙끙거리는 시기인 고등학교 1, 2 학년 나이또래의 학생들이 무슨 거창한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면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그들이 공부하고 있었던 것은 죄다 미국판 원서였고 수준도 이학계열의 책을 보니 꽤나 있어보였습니다. 그들은 국내보다는 해외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밤에는 영문 에세이를 작성하기도 하더군요. 인터뷰에 응했던 한 여학생은 아주 능수능란하게 에세이 영작을 하고는 다음 공부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밖에도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았길래 그런 대단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말이죠.


참고사진 - 10대 초반에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레지나씨(용자경찰 제이데커) 


 여하튼 '용자경찰 제이데커' 에서 등장하는 천재 개발자인 이 '레지나' 씨 정도는 아니겠지만...말로만 들었던 수재 학생들의 집단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바보와는 확실히 차원이 달라 보였습니다. 이러니 군대 전역을 앞두고 오랫동안 공부를 안해왔던 탓에 그 쉬운 'door' 를 '두-르' 라고 읽을 정도로 뇌가 굳어진 저로서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보였을 수 밖에요. 

 한편 쉬는시간에 여가활동으로 가야금을 배운다는 그 여학생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렇게 빡빡한 생활을 하면서도 저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구나라는 부러움이죠. 말 그대로 그 방송을 보고 난 저는 '열등감 폭발' 의 경지까지 이르게 되어 재빨리 우리의 친구 투니버스 채널로 돌려버렸지만 말입니다.


'나는 도대체 저 나이에 무엇을 했던가...대학조차 가기에 벌벌거렸던 나 아닌가...역시 저들은 나와 다른 삶을 사는 것인가?'

'보아하니 집안도 좋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공부만 하는 학생들인 것 같군. 그들의 환경조차 부럽다.'

'저런 사람들을 혹시나 사회에서 만날까봐 두렵다'


 이후 휴가에 복귀한 저는 생활관 선임에게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역시 그 선임은 제 이야기를 계속 듣더니만 매우 식상한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임마 그런 애들은 공부가 아니라 뭘해도 잘할 거라고. 포기해.' 

 물론 예상했던 답만 나오게 되자 '이런 제길, 너도 역시 저런 답변밖에 못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지만 여하튼 매우 씁쓸했습니다. 아, 물론 저런 건방진 생각을 했던 이유는 그 선임이 저보다 2살이나 어렸기 때문입니다. 사회였다면 분명 면전에서 저런 이야기를 했겠지만...

 여하튼 저는 이후에도 그 방송을 되뇌이며 열등감 폭발이라는 마음의 병을 전역할 때까지 겪에 와야만 했습니다. '그래, 저들도 저렇게 사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라는 변명같은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들과 저는 다른 출발선상과 스피드로 마라톤을 시작하고 있었으니까요. 


 늘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 이지만 '줄세우기' 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발상인지 아실 것입니다. 일단 저 방송에 나왔던 민족사관고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상위 0.1% 를 차지하므로 맨 앞줄에 세웁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상위 0.2%, 계속 순차적으로 저런 우수한 인재부터 점점 능력이 떨어지는 순으로 한 줄을 세운다고 칩시다. 과연 나는 몇 번째 줄에 서 있게 되어 있을까요? 


 분명 맨 앞줄은 고사하고 그 뒤의 줄마저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곳에 서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러한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여기는 한국 사회입니다. 열폭이든 뭐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할 지라도 대학은 진학해야 하며 남의 나라말을 배우기 위해 1년에 몇 백만원씩 돈을 해외로 날려버려야 할 것이죠. '좋은 직장' 이라는 곳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평범한 생활조차 하기 힘든 세상이니까요. 어느 나라처럼 주 40시간씩 고기 다듬는 일을 하면서 월급 700만원을 가져가는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죠.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_- 2009/09/07 09:37 # 삭제 답글

    이제 보니 레지나 더럽게 못생겼군...;;

    아해땐 성격 더러운게 면상이라도 이뻐서 산거라고 생각했었는데
  • 쓰레기청소부 2009/09/08 02:59 #

    캐릭터 디자이너가 레이어스 캐릭터를 디자인 했던 분이기 때문에 그 취향이 극과 극을 달리긴 합니다.
  • 라세엄마 2009/09/07 12:51 # 답글

    고기 다듬으면서 700만원이라니 어느세계인건가요
  • 쓰레기청소부 2009/09/08 03:00 #

    어느 국가인지 까먹었군요. 물론 그 나라는 고임금, 고물가 정책의 국가이고 월급의 반을 세금으로 내는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느 살기 좋고 대학 등록금 걱정도 없죠
  • 라세엄마 2009/09/08 08:59 #

    그런 반대극에 있는 나라 얘기를 하시면[...
  • ENCZEL 2009/09/11 21:08 # 답글

    월급 7백만원이라면 저도 기꺼이 고기 다듬으러 가겠습니... (.......)
  • 쓰레기청소부 2009/09/12 00:22 #

    다만 그 나라는 고물가 국가라 자동차가 없으면 살지 못한답니다...집도 한 채에 10억이 넘구요...
  • 지나가던놈 2009/09/15 02:09 # 삭제 답글

    그 정도 수준이라면,
    '열등감 폭발'정도가 아니라 '난 왜 지금 당장이라도 자살하지 않는 거지?' 란 의문이 들 것 같기도 한데.
    잘도 버티셨군요.우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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