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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들의 섬, 노량진' 보셨나요? 26

[관련기사] KBS 일요스페셜 '꿈꾸는 자들의 섬, 노량진'


 노량진 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그 유명한 '노량진 수산시장' 과 '즐비한 학원가' 를 꼽을 수 있는데, 요즘 심각해진 취업난과 그에 따른 고시준비생들의 증가 때문인지 보통은 치열한 학원가를 우선적으로 연상하게 됩니다. 어제 일요스페셜로 방영해 준 이 프로그램은 노량진 일대에서 생활하며 각종 고시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일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혹시 본편을 보신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이 스페셜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노량진 학원가를 둘러싼 사람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조금이라도 앞자리에 앉기 위해 학원 개장시간 전에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학원생들의 모습이나 생활고에 허덕이며 밤늦도록 공부에 매진하는 30대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상상할 법한 그런 노량진의 모습을 나타내어 주고 있었죠. 사실 이쪽이야 무엇을 준비하든 강력한 결심을 가지고, 혹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을 안고 학원가와 고시원을 전전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지만 방송상에서 나타나는 '연출' 이라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소개된 사람들의 표정이나 도시의 분위기는 참으로 짠하고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사람들은 매일 평균 3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며 8시간 동안 하루종일 학원강의를 듣고, 나머지 시간은 자습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대학교 생활 하다보면 누구나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은 줄곧 경험하게 되겠지만(학과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수 차례 시험에 낙방하여 이미 심리적 압박감과 경제적 부담이 극심한 상태에서 방학도 없이 힘든 공부를 쉬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할 지경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분은 세무고시를 준비한다는 한 30대 남성으로, 시험에 탈락할 따마다 매번 도심가의 빌딩을 보며 '저게 세상의 모든 것이다. 나의 전부다' 라는 식으로 매일매일 위로하여 마음을 추스렸다고 하더군요. 돈이 없어 몇 달 간 일을하여 생활비를 벌고 다시 몇 달 간 공부를 지속하는 생활을 반복해 왔다는데 나중에는 생활비가 떨어져 친구 집에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굳이 긴 말 안해도 이들의 생활은 뻔하다는 것은 잘 알 것입니다. 사실 제가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만 해도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수 년씩 생활비를 탕진하며 노량진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그리 좋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의 선생님들은 '일종의 광풍(狂風) 이다. 우리사회가 너무 찌들어 있다.' 라는 말을 하시며 이를 비관했고,철 없던 당시에는 저 역시도 '저건 한탕주의로군. 더군다나 저사람들은 꿈도 없나봐' 라며 별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점점 우리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면서, 저 역시 이들에게 뭐라 할 처지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일단, 그들중에는 진정 '뜻이 있어'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한들 이들이 시험에 여러 번 실패하고 좌절하는 순간과 그 동안 소비하게 될 비용을 감안하면 단순히 '한탕주의' 라고 할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즘 신문을 보면 수능이 끝나자 마자 '공무원 시험' 을 준비하려는 고등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의 고용이 안정적이고 탄력적이지 못한다면 이러한 학생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머지 않아 노량진도 이런 학생들로 붐비겠지요. 뭔가 자신의 의지를 가다듬고 공부에 매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인데 어째 사람들의 표정이나 처지를 보고서는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만 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 학생 신분을 망각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듯한 내용이기는 한데 뒷맛은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시점이었거든요. 그들의 노력은 사실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어떤 면에서는 공무원이나 임용시험이 아니라 더 큰 뜻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왠지 본인보고 이렇게 공부하라면 쉽게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일단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대다수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 하고, 언제 합격될 지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 속에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 라는 전형적인 논리를 강력하게 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이곳에 버젓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단순히 생각해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쪽의 교육열과 성취욕은 예전부터 유명했던 것이니 사실 이런 단편적인 인터뷰 위주의 프로그램은 그저 시류를 탄 기회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하여간 매우 씁쓸했습니다. 또한 주변의 가까운 사람, 혹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죠.

 그나저나 매우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문득 원피스의 원작자인 '오다 에이치로' 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는 22세(우리나라 나이로)에 원피스라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였고, 현재 1억부가 넘는 판매고와 엄청난 부가수입을 챙기게 되었죠. 말 그대로 젊은 나이에 데뷔하여 어느새 현존 최고의 만화작가가 된 셈입니다. 


 근데 왠지 앞서 말했던 '노량진 청년' 을 연상해 보니 정말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매모리 2009/11/23 09:04 # 답글

    왠지 노랑진이라는 곳이 실패자들의 감옥이라고 생각나네요..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24 #

    물론 작정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다양하겠죠. 실패자들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포기 못한 대다수는 저기 오랫동안 남는다고 하더군요.
  • 원피스 2009/11/23 09:24 # 삭제 답글

    작가처럼 성공하는 케이스는 극소수일 뿐입니다. 자기 적성 찾는게 중요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가야 한다 이런 식의 설교를 하는 사람들 책 보면 특이한 예를 마치 일반적인 경우인양 다룬다는게 문제입니다. 어느 분야를 가든 경쟁이 있고 그게 진입장벽이든 끊임없는 경쟁이든 간에. 소수의 승자가 있으면 다수의 패자 즉 루저가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시험공부로 성공할 확률이 만화가로서 성공할 확률보다 높다고 생각하니까(어느 정도 타당한 결론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그리로 몰리는 것입니다.
  • ericfatman 2009/11/23 09:34 #

    동의.

    만화가중에 밥먹고 사는 애들 축에 끼려면 경쟁률 얼마를 뚫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나이들어보면, 밥먹고 산다는 거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듯
  • 88 2009/11/23 11:29 # 삭제

    흥미로운 건 극소수라도 원피스처럼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처럼 극소수도 결코 원피스처럼은 성공할 수 없는 사회가 있다는 거죠.
  • 88 2009/11/23 11:30 # 삭제

    이 두 사회에는 똑같이 수많은 루저가 존재하지만, 극소수의 초슈퍼위너가 있다는 사실은,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 ericfatman 2009/11/23 13:05 #

    우리나라도 극소수는 성공하죠.

    NC 김택진은 30세까지만 해도 공부잘하는 거 빼고 내세울 거 아무것도 없는 공대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왜 한국엔 성공한 만화가가 없지? 라고 묻는다면

    한국과 일본의 만화가수 부터 천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만화가야 말로 진정 오픈 경쟁시장이죠


    그리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다른 예술장르, 영화, 연극, 음악 등에 비해)

    좋은 작품만 그렸다면야

    나라를 안가리고 팔 수 있습니다.

    (영화같은 경우 타인종의 연기는 자막을 입혀도 달라보이지만, 만화는 자막만 바꾸면 다를 게 없죠)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26 #

    뭐 원피스를 연상한 것은 만화업계와 고시나 공무원 시험과 비교한다는 의미에서라기보다는 그저 젊은 나이에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과 대조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이죠. 그 작가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1인자도 아닌, 그저 공무원이나(물론 사법고시도 있겠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1인자급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 ericfatman 2009/11/23 09:35 # 답글

    그리고 저 프로 왜인지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노량진 유흥도 장난 아님.

    갖가지 떡치는 동네랑 피씨방 등등 만석이라서 손님을 못받음
  • -_- 2009/11/23 14:34 # 삭제

    노량진 유흥가가 장난아니죠. 공부와 술과 떡의 동네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27 #

    사실 그것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습니다. 개중에는 이것때문에 실패하고 온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곳은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의 지역이니 학생들 대다수는 열심히 공부할 것입니다.
  • 푸켓몬스터 2009/11/23 13:09 # 답글

    노량진이든, 서울역앞에 고시촌이든
    진심 공부하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극소수...
    집이 영등포라 너무 많이 봐왔음 ㅠㅠ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28 #

    그렇습니까.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부터가 그렇지 않아보이던데요.
  • 현랑 2009/11/23 13:35 # 답글

    고시시험 준비라던가.. 시험준비를 한다는게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라고 생각해요. 전 사대라서 선배며 후배며 모두 임용고시에 매달리고 있고 장수생들도 허다한데, 소위말해 '사대 나와서 선생 안하면 뭐하나' 라는 마인드라서 시험에 떨어져도 다시 준비할 수 밖에 없더군요. 전 지금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할지 말지 고민입니다..ㅠ
    20대면 뭐 패기가 있으니까 몇번 떨어져도 다시 도전한다지만 30대를 넘어가면서 삶의 안정을 원하기 시작할텐데 로또같은 확률의 시험을 계속 준비하며 불확실한 시간을 가진다는게 참...
  • ericfatman 2009/11/23 14:41 #

    근데 임용시험은 경쟁률도 굉장히 떨어지고 왠만하면 되지 않나요?
  • 현랑 2009/11/23 17:30 #

    과목마다 경쟁률이 달라서요 -_-;; TO가 점점 줄어드니까 장수생은 체류되는데 거기에 졸업생이 계속 얹혀지는거죠;;
    제가 보는 과목은 8수생 9수생이 합격하고 그런다고 그러더라구요.
    임용시험이 경쟁률이 다른시험들보다 경쟁률이 떨어지는건 교사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미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한번 걸러진 상위권이 경쟁합니다 OTL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29 #

    임용시험 역시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대로 장기 체류자나 장수생이 있는 고로...
  • 2009/11/25 04:35 # 삭제

    임용시험 경쟁률이 떨어지다뇨...;;

    전과목 평균 경쟁률이 20:1이 넘는데... 40~50:1되는 과목들도 심심찮게 있고.

    게다가 임용은 공무원시험과 달리 교직이수한 사람들만 볼 수 있어서 응시자 중 허수지원자가 별로 없습니다.

    작년엔 서울대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현역 합격자 0명의 신화(?)를 썼죠.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대 출신 재수, 장수생이 합격자의 80%...

    이쯤되면 사범대란 이름이 무색한 학교들도 많아요.
  • 꼬마낙타 2009/11/23 14:53 # 삭제 답글

    대충 봤는데..

    글쎄요.. 푸켓몬스터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어디든 정말 노력하는 소수는 있지만 대다수는 열심히 안하죠..

    저도 잠깐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정말 언젠간 빛을 볼 수 있겠지요??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30 #

    그런 면에서는 더 안타깝습니다. 나이는 30을 훌쩍 넘어가는데 여러 번 낙방 경험을 하고...물론 방송이라 그런면을 부각시킨 면이 있습니다만 상당수는 하루에 2~3시간을 취침을 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정작 빛을 보는 사람들은 그 중의 일부이므로 더욱 슬픈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의욕은 있는데 돈이 떨어져서 하산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 blitz고양이 2009/11/23 15:01 # 답글

    어제 보긴 했는데..
    저 같으면 저런 생활 절대 못할거다라는 생각만 나더군요.
    저도 1 년정도 기술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적이 있었는데 못 해먹겠더군요.
    인생에 시험은 수능한번으로 족합니다.
  • 쓰레기청소부 2009/11/24 17:31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1년이 2~3번 밖에 없는 응시를 노린다는 것 자체가 도박과 같은 함정을 부각시키는 것이고요. 이번엔 되겠지, 이번엔 되겠지 하며 고생하는 사람들 모습 보면 참...
  • 호세 2009/11/25 03:19 # 삭제 답글

    지방출신인데, 버스타고 10분 거리에 노량진이 있습니다...만 갈 일이 없으니 막연하게 방송내용처럼 이미지만 갖고 있었거든요.
    방송을 보진 않았지만, 거기나온 내용은 은근히 뻔한 내용이지 않았나싶습니다, 정작 댓글들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가네요~
    (그런데 태그에 '아이폰' 어쩔...;)
  • 쓰레기청소부 2009/11/25 04:37 #

    사실 그렇죠. 하지만 그런 식의 연출까지 붙여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이 노량진에 대해 막연히 알고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충격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나저나...태그에 아이폰은 너무 갖고 싶어서 넣어 봤습니다...
  • pighair 2009/11/29 21:25 # 답글

    아아 태그에 아이폰... ㅠㅠ
  • 쓰레기청소부 2009/11/29 23:58 #

    가지고 싶은데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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