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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형 인간' 이 되라는 말씀의 의미. 18

 매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살아오면서 줄곧 '공부를 잘해야 한다' 라는 압박감에 시달려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한다' 라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바로 무엇일까요. 만국에서 다 통하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바로 그 사람이 공부를 잘하냐 못하느냐의 구분은 바로 '시험점수를 얼마나 잘 받냐' 라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좀 쑥쓰럽기에 우리들은 이 말을 곧잘 '공부를 잘한다' 정도로 돌려서 말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이 두 가지 말을 혼동하고 있는 경향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라' 혹은 '공부를 잘해야 한다' 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바로 시험점수를 잘 받으면 바로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나아가서 명문대에 진학하면 그만큼 더 안정적이거나 연봉을 많이 받는 직군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문제는 '돈' 입니다.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학문에 심취하는 길을 택할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로 '시험을 위한 공부' 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죠.

 '시험'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가장 질투를 하면서도 볼 때마다 부럽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의 유형은 바로 '시험에 강한 타입' 의 사람입니다. 평소에는 다른사람과 다를 바 없거나, 혹은 이상한 버릇이나 게으르고 지나치게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시험만 보면 어김없이 남들과 달리 만점 받고 최고 등급에 오르는 기현상을 아마도 주변에서 한 두번 이상 적지 않게 관찰하셨을 것입니다.

 혹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남들과 비슷하게 공부하는 듯 하는데 실상은 장학생이거나, 토익학원 1달 끊어 놓고 하루 걸러 하루 출석 할까말까 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900점 이상 맞는 등 공부를 별로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의외로 성적이 좋은 사람도 분명 눈에 띌 것입니다. 남몰래 노력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사실 볼 때마다 억울하고 서러운 일입니다. 사람의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만약 이런 학생이 주위에 3~4명 이상 있다면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실감이나 혹은 '아, 인생이란 쉬운 것이구나' 라는 착각을 들게 만드는 등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과 같이 스터디를 한다면 그 결과는 '최악' 입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험을 염두해 둔 공부' 라는 것을 그렇게까지 갈망해 보거나 추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면 조금만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고, 공부를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쌓여 시험성적이 오르는 것이 진리라고 믿었고 때문에 '시험 잘보는 요령' 만 가르치는 '입시학원' 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거셌습니다.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비록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지 않아 매우 힘들었지만 끝까지 학원에 다닐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더 많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이를 패스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나는 학문을 추구하고 싶다. 진정한 공부를 원한다' 라는 생각만 해서는 절대 이런 쓸데없지만 필요한 시험들을 패스할 시간이나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학원을 다니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지 않겠습니까. 이런 '불편한 관문' 들은 빨리빨리 준비해서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왜냐하면 '학문탐구' 는 요령이 통하지 않지만 '시험' 은 요령이 통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적표를 권하는 사회' 입니다. 이를 반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죠.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열망은 높으면서도 창의적인 수업이나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도 모르는 시나 소설의 주제, 줄거리, 각 문단에 대한 의미해석 등등을 달달 외우는 현재 세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학생들은 자기비판 능력이나 자신의 능력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 것도 그 중 하나의 위기입니다. 아무리 시험에 종속된 사회구조의 개가 될 운명일지라 해도 이런 사회구조가 마냥 반갑고 옳다고 봐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시험성적 혹은 서열화' 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작 시험문제는 많이 못풀지만 평소 상식이 많고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분야를 요령없이 차근차근히 연구하고 공부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기초학문을 연구하거나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을 탐구하는데에 더 적합할 지 모릅니다. 천재 과학자들처럼 새로운 이론이나 놀라운 법칙을 발표하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에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요즘에 부는 '외고입시광풍' 은 말그대로 상식선에서는 납득이 가지 못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최근 신문을 보며 '아니, 초등학생이 무슨 외고입시가 목표야' 라며 개탄해 한 지가 어느새인데, 그런데 주변의 사람들을 보니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입시에 떠밀려야 하는 세태도 문제이겠지만 '영어인재' 를 육성한다는 외고입시에 그저 '공부 좀 한다는 애들' 이면 너도나도 준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리도 영재가 많았던가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영화가 나온지 20여 년이 넘었지만 사회의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점점 정규시험으로 학생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다면 아예 나중에는 아이큐 테스트로 우수한 학생들을 가려 내겠군요.(물론 지금도 SAT나 적성평가와 같은 항목으로 검사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 보았자 길은 열려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IQ 테스트 기출문제 외우고 풀면 IQ180 까지는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제 염려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사람들이나 학원강사는 여전히 이런 말을 외치게 됩니다. 


 '그리 걱정해서 무엇하리. 어쨌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시험형 인간이 되어라'


 안타까운 것은 사회를 염려하고 비판해 보았자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죠. 일단 급하게 나마 사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입니다만 지금의 20대가 10대 자녀를 가진 장년층이 되었다고 해도 지금의 사회구조가 고착화 되는 이상 여기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시험의 형태가 바뀌고 가짓수만 늘어난다는 것 이외에는 말이죠. 왜냐하면 지금 20대 청년들도 여전히 복종하고 방어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시험을 잘보는 능력' 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깊은 뜻을 품고 고시나 대규모 정규시험을 치루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느순간 자기 주변의 허수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올테니까요. 다 같이 하루에 20시간씩 공부한다면 승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이런 능력이니까요.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blesshy 2009/12/05 13:50 # 답글

    저는 시험에는 요령을 잘 부리다가
    대학원 오니 요령이 안통해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OTL
  • fallout 2009/12/05 16:32 #

    좆되는 지름길이죠.

    고시 강추
  • 쓰레기청소부 2009/12/07 00:08 #

    대학원 정도면 사실 일반적인 사회로의 루트와는 다른 길을 가시기 위해 공부하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Artist 2009/12/05 14:30 # 답글

    잘 읽고 갑니다.
  • 쓰레기청소부 2009/12/07 00:08 #

    감사합니다.
  • blakparade 2009/12/05 16:40 # 답글

    확실히 시험형 인간이라는 게 있죠...보면 부럽지만...얘기하다보면 상식이 부족한 애들도 많이 보여서...도대체 얘는 뭐하는 애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쓰레기청소부 2009/12/07 00:09 #

    그런 의미에서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사람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저런 껍데기 실력으로 어떻게 사회생활 할까' 라며 한탄하기도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 인생도 탄탄하게 잘 돌아가더군요
  • 희망의빛™ 2009/12/05 17:52 # 답글

    왜곡된 사회의 틀에 얽매여 사는 지름길이죠. 진정한 자유인이 되지 못하고... 요새 어떤 분 블로그를 보니 넘치는 수조에서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라는 글이 매우 공감에 와 닿던데... 아래 글을 한번 읽어보시지요. ^^;

    http://bit.ly/6p9QTz
  • 쓰레기청소부 2009/12/07 00:10 #

    글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는 것은 좀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르는 것이, 사람들은 남이 갔던 길 이외에 다른 길을 가려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입사에 목숨을 거는 이유 역시 딱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죠.
  • 매모리 2009/12/05 21:41 # 답글

    어떡하죠 내일이 시험인데
    이런 글을 보면은 정말 ...
  • 쓰레기청소부 2009/12/07 00:11 #

    JLPT시험 보시는 건가요. 건승을 빕니다. 사실 제 글은 절망을 안겨줄 의도로 쓰인 것이 아니기에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호세 2009/12/06 02:06 # 삭제 답글

    저는 노력의 양과 시험성적이 비례하질 않는 편인데요, 어쩌면 전 시험형 인간은 아닌가보네요;
  • 쓰레기청소부 2009/12/07 00:12 #

    노력을 안해도 점수가 좋은 사람이 있죠. 사실 그것이 문제이긴 한데 그나마 사회에서는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 점수도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 척도를 숫자에 기대고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시험형 인물이 아니라 요새 더더욱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 blitz고양이 2009/12/07 10:39 # 답글

    대학 때 저와 제 친구들은 공부를 굉장히 잘했습니다.
    그러나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 쓰레기청소부 2009/12/08 02:54 #

    이런...이거 뭔가 커다란 의미가 있는 말씀이로군요
  • 풍신 2009/12/08 05:57 # 답글

    으음...시험을 잘보는 사람이 천재일 이유는 없지만, 천재인 경우 대체로 시험에서 중상은 기본이고, 상당히 상위권에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게 참...) 제 경우도 그렇지만 낮에는 뺀뺀히 놀고, 저녁시간부터 밤, 새벽엔 공부하는 녀석도 많죠. (놀면서 시험 잘본다기보다 단시간에 효율을 한계 이상으로 낸달까...) 뭐 시험을 잘보는데 특화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자유로운 상상이 결여 되어 있다고 할수도 있지만, 기본엔 은근히 충실해서 그럭저럭 잘 해나가죠.

    시험 점수만 쳐주는 세상도 골치 아프지만, 시험보다 인간성등을 하나부터 끝까지 평가하는 사회는 그것 나름대로 고역이기도 하달까요. 뭐랄까...인간성은 평생을 가도 고쳐지지 않는달까...시험점수는 노력을 하면 중상은 가지만...
  • lucky 6 2009/12/25 06:59 # 삭제 답글

    lucky 6
  • discount bedspreads 2010/01/05 05:37 # 삭제 답글

    discount bedspr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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