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불우한 아이에게 NDS를 사줘도 좋을까? 8

 예전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는 도중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을 연예인들이 직접 방문하여 후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그 내용의 일부를 놓친 터라 프로그램은 마지막 순서로 이어졌고 마침내 후원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참여한 연예인은 '휘성' 이라고 알려진 가수와 '김경민' 이라고 소개된 개그맨이었습니다.

 평소에 TV를 잘 보지 않는터라 연예인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지는 않았지만 휘성이라는 가수분은 예전 대학교 축제에서 열심히 공연을 한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고, 김경민이라는 개그맨의 경우 고등학교때 '호기심 천국' 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한 적이 있었기에 이 두사람의 이름과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에 김경민씨가 옆자리에 있는 '휘성' 이라는 가수분에게 시선을 돌리면서'휘성씨가 나중에 (도와준)그 아이에게 요새 유행하는 게임기까지 사다 주셨다. 그거 비싼건데...'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초등생들에게 한참 인기인 휴대용 게임기라면 NDS나 NDSL 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물론 PSP나 다른 것을 사주었을수도 있었겠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 아닙니다.

 게임기를 선물해 준 당사자분의 말로는 '요새 그 게임기 없으면 아이들하고 대화가 안된다고 한다. 그게 너무 안되어서 선물로 사주었다' 라는 이유를 말하게 되었는데, 저는 그게 한참동안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방송의 내용을 보았을 때 방송에 출연했던 그 아이는 어떤 이유로든 분명 가난한 처지의 가정에서 자라고 있음에 틀림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남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임기 하나 살 여력은 없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가질 법 한, '남들로부터 소외받는다는 느낌' 이라는 것도 가질 법 하겠지요. 이런 면에서 그 비싼 게임기를 덜컥 손에 쥐어 준다는 것 자체는 어떤 면에서 상당히 고마운 일일 것입니다. 방송의 내용을 보니 그 아이 역시 그 게임기를 평소에 매우 원했던 모양입니다.


 
 다만 제가 이 방송을 보고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렇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최신 게임기나 완구에 열광하며 유치하게 싸움을 한다고 지적을 하시는데, 실상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다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혹은 '한 자리쯤 꿰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비싼 옷을 사입거나 국회뱃지와 같은 특정 단체의 뱃지를 자랑스럽게 걸고 다니며 이를 과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허세'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이가 가지고 싶어한 게임기를 선물해 주는 것은 좋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허세' 라는 것을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즉, 물질적인 것이나 외향적인 요소만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 시키거나 자신의 위치를 향상시키려는 행동을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꼭 불우한 가정의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에게 비싼 물건을 선물해 주는 것은 마찬가지로 신중해야 할 일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학교라는 곳은 사사로운 요건이 치명적인 화살이 될 수 있는 '좁은 사회' 이기 때문입니다. 게임기 하나가 가진 파급력은 때에 따라서는 사회에서의 자신의 연봉이나 집안재산과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미 반친구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사려깊다면 문제가 될만한 요소는 아닌데 아직까지도 '그 게임기 없으면 애들하고 대화를 할 수 없대요' 라는 말이 뇌리에 남아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초등학교라고 해서 착하고 사려깊은 아이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허세' 를 가르치지 말라는 제 말도 역시 지나치게 허상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줄 방법이 없으니까요. 또한 아이는 그렇게 생각할 지언정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지 않는다면 '집단생활' 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저 소용없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식으로밖에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 할 수도 있는 법이니 그저 씁쓸하기만 할 뿐이군요.   
             
 사실 이것저것 따지면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가난한 녀석에게 분수에 맞지 않게 게임기를 사주냐' 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바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에도 불구하고 다른 중요한 곳에 쓸 돈을 게임기에 투자하여 산 것이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니까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게임기, MP3, 휴대폰을 가지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죠.

 뭐...물론 첫 번째 문제는 둘째치고서라도 나중에 신형 게임기나 신작 게임 소프트가 나오게 된다면 이미 고가의 게임기를 만져본 그 아이에게 다가올 추가적인 소외감은 더해질 것임은 분명할 것이지만 말이죠.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shinlucky 2010/01/13 02:22 # 삭제 답글

    그럴러면 아이팟을사줬어야줘 험.
    NDS정품 팩이 3~4만원을 호가하는데...
    아니면 DSTT나 R4라도 같이 사줘야할듯~!

    그래도 좋게좋게 생각해야줘 뭐. 좋은 일 한건데 ^_^
  • 쓰레기청소부 2010/01/14 22:41 #

    일단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라는 것이죠. 부디 그 아이가 잘못된 마음을 먹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 사헤라 2010/01/13 03:59 # 답글

    윗분말씀처럼 R4라도 사줘야할듯(2)


    돈없는 부모에게 으앙 울면서 기어코 받아냈다면 허세였겠지만
    크리스마스 산타 마냥 원하는 선물을 받은건 허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애들도 다 갖고 있는데 나만 없어요' 가 허세라면
    '그 게임기 없으면 아이들하고 대화가 안되요' 는 '허세'라기보다 더 약한 수준의 단어가 아닐까 싶네요.

    쓰레기 청소부님 글 대부분 공감이 갔는데 '허세'라는 단어가 초등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같아서 써봤습니다;;ㅎㅎ
  • 쓰레기청소부 2010/01/14 22:43 #

    아...단어선택이 좀 과했나요. 여기서 허세란 대화가 안된다는 말 자체라기보다는 그것만 있으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고 자신의 가치가 올라갈 거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것이죠.
  • 매모리 2010/01/13 09:38 # 답글

    부모님 잘못 만나서 저런 허세를 얻게되죠 그렇지만 저런것 가지고 다닌는 애들은 평생게임기의 노예가 됩니다
    뭐 저야 어릴적에 사고 싶어서 미치듯이 졸랐지만 다른 방법으로 애들이랑 소통하는 방법이 있네요
  • 쓰레기청소부 2010/01/14 22:44 #

    최신의 게임. 게임기가 나오면 조급해 지는 것이 현실...허나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가난하거나 불우한 처지의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무엇인지는 사실 좀 애매하긴 합니다.
  • 호세 2010/01/15 09:10 # 삭제 답글

    어른의 눈으로는 부적절한 선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아닐 수도 있는 문제네요. 애매합니다;
    어쩌면 철들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나요?
  • 쓰레기청소부 2010/01/16 02:51 #

    사실 그 아이의 심정을 알지는 못하겠고, 안다고도 함부로 말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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