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0/07/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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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세상만사 잡담

창구가 무려 4개인데 이 중에서 제대로 업무가 되는 곳은 단 한 군데 입니다. 나머지는 상담창구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객들과 은행원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당연히 제 차례의 번호가 넘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더군요. 마감시간이 임박한 타임도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그러던 중 입구 주변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었던 미소녀 직원이(뻥입니다.) 창구가 밀리는 것 같으니 제게 반대편에 있는 유리문 밀실로 들어가서 입금을 하라고 하더군요. 뭔가 좀 기분나쁘게 생긴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되었는데, 방금 말한 그 직원은 엄한 목소리로 '들어가세요' 라고 말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쫄아서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곳이 어디냐 하면은...
'무려 VIP 고객 전용 업무센터!'
그렇습니다. 저는 평생 결코 오르지 못할 지위의 VIP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달랑 4만 2천원을 입금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 본 그곳의 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의자도 달랑 두 개 밖에 놓여있지 않았고 담당직원들의 인상은 그만큼 험악했거든요. '아저씨, VIP고객 맞아요? 꺼져요!' 라며 문전박대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직원들은 더 친절했습니다. '수수료 500원이 나오시는데 여기 금액에서 차감시키시면 되십니까?' 오오, 이 과도한 존댓말! 과연 'VIP고객 전용' 다웠습니다.
뭐 '그 순간 제가 마치 VIP 고객이 된 느낌이었어요. 호호호홍~' 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그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더군요. 오히려 제가 은행에다 지불하는 돈은 달랑 입금 수수료 500원인데요 뭘.
지금이야 그냥 그렇고 그렇게 넘어간 상황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금융시장에서 나중에 40년, 50년 후에 은행을 이용하게 될 제 모습은 어떨지 상상하게 됩니다. 금리가 점점 내려가는 바람에 은행은 그저 공과금만 내는 장소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아예 말 그대로 VIP로 인증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철옹성 같은 장소가 되거나 하겠지요. 그밖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여러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은행 좀 찾아갔더니 전기충격기를 든 미소녀 은행경비직원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쫒겨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뭐... 개인이 돈을 찾기가 아닌 업체의 단체 업무 처리라고 보시면 될 듯...
아무튼 월급날때는 은행 바쁘죠 -_-; 특히 오후!
그자리에서 카드로 바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