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0/07/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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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세상만사 잡담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예전에 포켓볼장에서 근무할 때에는 제가 직접 음악CD를 준비해 오거나 mp3 플레이어를 오디오 단자와 연결해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곤 했습니다. 원래 이런 업소에서는 분위기를 위해 항시 음악을 틀어두곤 하는데, 한 아르바이트생의 취향으로 인해 줄곧 서양 팝송만 틀어놓다 보니 뭔가 좀 새로운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할 타임에는 따로 음악을 준비한 것이죠.
최신가요도 준비 하였고 중간에는 좀 많이 알려졌다 싶은 J-pop을 틀어주기도 하였는데, 이것 때문에 매번 전타임 근무자와 싸워야만 했습니다. 음악이 '구리다' 나 뭐다나...팝송을 틀어야만 '우아하고' 분위기가 있으며 품격이 있어 보인다는 논리입죠.
지금도 가끔 생각해 보는 바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 제가 준비한 음악을 틀어주니 예를 들어서, 라르크엔시엘의 'Driver's high' 를 듣고 '흥에겨워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이상한 음악 좀 꺼주세요' 라고 당당히 소리지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이러한 장르에 대해서 정작 그 반응은 극과 극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놀랄 만한 점이긴 합니다.
반대로 팝송을 듣고 그런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하죠. 이런 면에서는 대체적으로 무난하긴 한데(물론 음악 좀 바꿔달라는 요청은 있었습니다.)오히려 이런 결과가 그 아르바이트생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 좀 거슬렸습니다. 그 친구는 여전히 '세계 1위니까, 우아하니까,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아마.
가끔 이에 반발심이 생겨서 일본 애니메이션 오프닝곡을 틀어주기도 했는데 의외로 반응은 신선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드래곤볼Z' 오프닝이나 '달의 요정 세일러문' 오프닝, 또는 '마법기사 레이어스' 오프닝의 경우 국내판과 일본판 곡의 음이 같아서인지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 것 같더군요. 물론 그 친구가 오면 화를 내면서 '바로' CD를 빼버리지만...
여담이지만 편견이나 음악논리와는 별개로 보통 사람들은 최신 애니메이션 음악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다는 점도 신기한 반응이었습니다. 대학교 1, 2학년쯤 되면 주변에 '케이온' 이나 '강철의 연금술사' 와 같은 작품을 접해 보았을 법한 친구들이 많았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케이온 오프닝 엔딩' 같은 것을 틀어주니 사람들은 다들 '꺼주세요' 라고 말한다는...
참고로 제 이야기는 사람들을 마루타 삼아서 의도적으로 이런 실험을 해 본 것이 아니라 근 7개월 동안 이런저런 음악들을 틀게 되니 자연적으로 쌓인 데이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깜짝 놀란 적 있습니다.
다만 무슨 말을 해도 전타임 근무자의 논리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만..
반면 일어로 불리우는 음악(애니나 J-PO)은 한국에 오타쿠란 것이 알려진 이후론
오덕후, 씹덕후들이나 듣는 음악이란 편견이 있죠.(그전엔 '왜 일본음악같은 걸 듣냐? 이상한 놈이네'란 반응)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기 보다는 공격하고 멸시하는데 더 관심이 많죠.
거기다 영어로 된 매체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영어가 절대적인 스펙이 되는 한국이란 나라에선
허세 부리기 딱 좋은 수단이니까요. "난 팝송을 들어. 어때? 나 좀 촹이쥐?"같은 식이죠.
그나저나 전타임 근무자는 오지랖이 참 넓은 사람이네요.
남의 근무시간에 트는 음악장르까지 신경쓰고...
그나저나 당구장에서 음악도 틀어주는군요. 손님들은 겜비때문에 피가 말릴텐데...
욕 안먹고 폼나는 애니메이션 음악이라면 역시 카우보이 비밥 뿐인가..
만약에 그걸 안다면 그놈은 덕후지
여담으로 '일덕'과 '만화책덕후'간의 경계가 참 미묘해서 재밌더군요? 축덕후 마초에 반일민족주의훌리건에 게임은 위닝만하는 보수적 한국남성이라도 소년만화는 일덕코드로 안보는 매우 가늘고 섬세한 선이 존재하더라구요. 다만 상대방이 '강철의 연금술사'라고 언급했는데 대화중에 내쪽에서 '하가렌'이라고 약칭하면 그건 덕력을 들킬뿐이고
저도 그 부분에서는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도 않고 혼자서만 들어요..
저도 그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