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어떤 대기업의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17

 정책상 기업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하튼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름만 들어도 금새 떠오르는 그런 기업입니다. 사실은 가장 가고 싶었던 기업이긴 한데, 서류통과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운 좋게 면접을 보게 되었던 것이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면접이었습니다. 확실히 대학교 수시모집 면접이나, 장학생 선발 면접같은 것과는 사뭇 다른데 무엇보다 대기시간이 길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데다 재빠른 두뇌회전과 발표능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문제들이 난무합니다. 지원자들의 열기는 대단하더군요. 다들 손에서 책과 면접자료를 놓지 않으려 했고, 어떤 여학생의 경우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장스런 행동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지나치게 잘 보이려는 태도...그런 것 말이죠.(헌데 다른 사람이 보면 분명 가식이라 느껴질 정도로 그런...)
 
 여하튼, 대기시간 동안 지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매우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여긴 나 같은 사람이 면접 보러 올 곳이 아니구나...   


 지원자 모두 저보다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심지어는 서울대, 연고대 같은 국내 최고의 명문대 학생이 비율상 절반을 넘었습니다. 성적은 물론 다들 과에서 최상위권에 드는 성적을 가진 데다 듣기로는 토익점수가 900점이 안되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분명 이공계인데...) 다들 해외연수 경험이 있었던 것 같고, 공모전, 대기업 인턴 정도는 몇 개씩 해본 경험이 있었던 사람도 대다수였습니다. 말 그대로 문서 상의 '스펙'은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죠.

 학벌, 성적, 외국어 실력, 경험, 두뇌...이 모든 것이 가장 떨어진 지원자는 바로 저 하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게 되었고, '이미 승자가 정해진 게임이구나' 라는 좌절감에 면접을 바로 포기하고 돌아갈 생각조차 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겉으로 보이는 스펙은 물론 지원자들의 면접솜씨를 직접 보니 지금껏 제가 경험한 그런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문제 해결능력이나 말하는 실력, 심지어 사용하는 어휘에서부터 면접을 보는 태도까지...보통 수준의 면접 스터디로는 절대 그러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습니다.   

 뭐...여기까지 말씀 드린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너 바보냐? 면접까지 와서 그딴 정신머리로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라고 저를 비난하시겠지만 사실, 결과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면접이라는 난관과 맞서 싸웠습니다. 

 면접에서는 자신의 능력의 7~80% 만 보여주어도 매우 성공적이라고들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쨌든' 지지 않겠다는 결심과 그날의 컨디션이 겹쳐서인지 무려 제 능력의 120%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 실수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평소의 저라면 도저히 할 수 없었을 법한 일들을 연속적으로 해냈기 때문이죠. 면접관들의 황당 질문이나 핵심을 찌르는 지적에도 '다시 알아보겠습니다.'라는 구차한 변명 없이 그 자리에서 모두 대답을 하였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봤자...120%는 120%일 뿐...다른 지원자들의 능력이 저보다 한 3~400%쯤 높았다고 생각을 해보면 뭘 해도 안되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럭 저럭 좋은 경험이었다고는 회상을 하는 바입니다. 인생의 첫 면접을 매우 좋은 회사에서 보게 되었으니까요. 반대로 불합격 통지를 받는다면 그만큼 충격이 매우 심할 것 같기는 합니다...

 돌이켜 보면 이건 마치...유유백서의 '도구로' 라는 보스가 알고보니 B급 요괴였다는 것을 알게된 심정과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매번 느끼는 사항이긴 하지만 인생이란 고난과 굴곡이 많고, 참으로 힘든 것 같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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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 청소부의 평범한 세상 : 그 이후로 난 취업에 성공했을까? 2010-11-01 22:50:56 #

    ... 지난번 면접수기</a>에 대해 격려의 말씀 남겨주신 몇몇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사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면접입니다. 여하튼 그 면접을 경험삼아(실패든 성공이든) 다른 회사 면접에서도 그 경험을 살려 더욱 더 잘보자는 취지로 취업활동에 임하게 되었는데요, 결론은 실패였습니다. 그 이후로 서류에서 떨어지거나 필기시험(인적성검사)에서 떨어지게 되었으니 결국은 면접 기회조차도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면접이 와야 뭐 면접스킬을 써먹든가 ... more

덧글

  • 아르젤 2010/10/15 04:23 # 답글

    다음날 우체통을 열어보니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 쓰레기청소부 2010/10/16 00:26 #

    그럴 일도 없을 뿐더러 아직 최종면접이...
  • 까악이 2010/10/15 08:06 # 답글

    긍정적인 마인드!!
  • 쓰레기청소부 2010/10/16 00:26 #

    저도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면접에 임했습니다....하지만...
  • 떠리 2010/10/15 08:35 # 답글

    서류통과했다는거 자체로도 기본은 된다는거니 너무 주눅들 필요까지야..
  • 쓰레기청소부 2010/10/16 00:27 #

    아아...그런가요...하여튼 격려 감사드립니다.
  • 닉네임따위 2010/10/15 14:49 # 답글

    같이 면접본 사람들이 님을 보고 오오! 포스작렬! 어찌 저렇게 능력을 발휘하는가! 난 아마 안될거야 했을 지도 모르죠 ^_^
  • 쓰레기청소부 2010/10/16 00:27 #

    서...설마요. 절대 그럴리가 없습니다...
  • 아르젤 2010/10/16 18:08 #

    청소부형이 좀 ㅂ포스가 잘잘 흐르조....
  • 풍신 2010/10/16 10:23 # 답글

    잘 되시길 빌께요.
  • 쓰레기청소부 2010/11/01 22:19 #

    감사합니다만...
  • 페미페미마트 2010/10/19 09:50 # 삭제 답글

    댓글이라 길게 적지는 못하여 나름 요약해서 말하자면,
    살면서 그 '스팩'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물론 높은 스팩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자신의 가치를 표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수들과 학벌이 '나'의 인격과 실력을 완벽히 평가할 수 없습니다.
    화려한 스팩을 가진 사람이지만 인간적이지 못하고, 제대로 일처리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공무원들, 특히 3등급 이상의 공무원을 들 수 있습니다),
    스팩이 화려하진 않지만 생각이 깊고, 아이디어가 넘치며, 덕망이 높은 사람들도 많은 것 처럼 말입니다.
    청소부님이 생전 처음보는 취업 면접에서 자신의 기량을 120% 발휘하셨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취직 되신다면 좋겠지만 그건 제가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조심스럽습니다.
    하이스팩을 가진 자들에게 주눅 들지 마세요.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을 100% 채우고 살아간다면 그런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절대로 밀릴 일 없을 것입니다.
    나름 짧게 쓴다고 썼는데 길어져 버렸네요... 면접관들이 청소부님 '실력' 그 자체를 봐주고 평가했기를 바랍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0/11/01 22:20 #

    일단 요새 서류통과하기도 힘든지라...하여튼일단 통과할 수준만 된다면 그 이후부터는 스펙과는 상관이 없....그것도 아니더군요. 요새는...
  • 2010/10/25 10: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0/11/01 22:20 #

    감사합니다. 바니님. 저도 가고자 하는 길이 있지만...여하튼 지금은 답답합니다.
  • Optimist 2010/11/01 00:02 # 답글

    잘할수 있다. 긴얘기는 만나서 하지요!
    밥한끼 하면서~ 뭐먹고 싶음?
  • 쓰레기청소부 2010/11/01 22:21 #

    저야 뭐...사주신다면야...일단 고기 종류면 대환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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