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지하철 자리양보에 대한 단상... 6

 사실 저는 남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때문에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께 자리를 양보해야겠다 싶어도 당당하게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라고 말을 하기가 상당히 두렵습니다. 이에 대한 방책으로 대충 제 주변으로 접근하셨을 때 쯤 '마치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 듯한 모션' 을 취하면서 딴청 피우듯 슬그머니 자리에 일어나 자리를 공석으로 만드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양보하지 앉으면 '당연히'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자리를 양보하려 해도 '또 다른 한편' 으로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요즘 세상에 괜히 오버해서 착한 척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마치 우연의 일치인 양 자리를 내주는 습성이 생긴 것이죠. 물론, 내리는 척 하면서 내리지 않으면 그것 또한 눈치가 보이므로 슬그머니 다음 칸으로 이동하고는 합니다만...

 문제는 이런 식으로 '양보 아닌 양보' 를 하다보니 전혀 의도치 않은 사람들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오늘 퇴근 길에도 술에 취하셔서 몸이 좋지 좋지 않으신지 왠 할아버지께서 차창에 머리를 기대며 '끄흐음, 어흐어~' 라며 신음소리고 내고 계시더군요. 바로 좌석 맨 끝자리이자 바로 제 옆에 계셨길래 저 역시 딴청 부리듯 하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칸으로 이동하였습니다만...

 그 분이 힘겨운 몸을 가누며 제가 비켜 준 빈자리로 웨이브 하듯 이동하는 도중, 반대쪽에 있던 젊은 여성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미친듯이 탭댄스를 추고 있더군요. 결국 자리는 그 여성분에게 돌아가고야 말았습니다. 이처럼 비단 오늘 뿐만 아니라 정황상 굳이 자리에 앉지 않아도 될 만큼 건장하신 여성 분들이나 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제가 양보해 준 자리에 착석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는 것이 크나큰 문제겠죠.

 어떻게 보면 특정 인물을 지정하지 않았으니 저는 양보를 하지 않은 셈이 되겠지요. 하지만 도저히 '여기 앉으세요~' 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어떡하면 좋을 까요?


 사실, 이에 대한 두 가지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그 분과 시선을 마주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면 자연스레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줄 알고 다가갈 것이랍니다. 두 번째는 아예 그럴 거면 양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다른 사람이 먼저 까여들어 자리에 앉아버리면 모두 소용 없는 것 아닐까요?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ㅁ 2011/05/31 23:00 # 삭제 답글

    저는 글쓴분이 말씀하신거처럼 노인들이 일어나라고 눈치주는걸 하도 많이봐서 솔직히 말하면 괘씸해서 안비켜줍니다.
    노인석이나 배려석에 앉은것도 아닌데 비켜주는건 자유아니겠습니까. 배려가 계속되니 권리로 알고 저따위 짓을 하는데.
    저같은 사람 많은데 간접적으로나마 일어나시고 또 어떻하면 좋을지 걱정하는 글쓴이께서는 그래도 마음이 여리신거 같네요.
    이건 글쓴분께서 결정하셔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말 없이 일어나셔도 왠만하면 나이든 사람이 앉게되니
    크게 걱정 않으셔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1/06/04 23:28 #

    아...제 말은 그게 아니라 제가 용기가 없어서 노인 분들께 직접 자리를 권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 천하귀남 2011/06/01 07:43 # 답글

    양보할건 양보해야지요. 다만 앉을때 전철 가운데나 버스의 뒷쪽 깊은곳은 양보 할래야 할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어르신들이 못들어 오니까요. ^^;
    더큰 문제는 이건 어르신인지 아닌지 구분애매한 분들이죠.
  • 쓰레기청소부 2011/06/04 23:29 #

    동안이거나 노안이거나...둘 다 문제죠
  • sikimorl 2011/06/01 22:12 # 답글

    요즘 전철하고 풍경하고 옜날 전철의 풍경을 비교한다면은 질서가없어지고 있다 라고 쓰고 싶어요 옜날 몇년전만해도 노인이거나 아픈사람 임산부 장애인이 있의면 자리를 자연스럽게 비켜드리는게 기본이였는데 이놈의 자리 쟁탈전은 상상을 초월하게 만들었네요 ..뭐 요즘 전철을 잘 안타봐서 모르겠지만 전철을 타면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수있습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1/06/04 23:29 #

    나 힘든데 양보란 뭐랄쏘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일 겁니다. 사실 개인주의가 점점 확대된 것은 교육의 원인도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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