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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남자들의 이런 심리도 이해가 간다... 6

 예전에 회사 수련회 때 일이었습니다. 팀 대항 행사라든가 응원전을 위해 팀 별로 치어리더들이 배치되었습니다. 천운이 닿았는지 저희 팀에는 매우 아리따운 신입 치어리더가 배치되었죠. 치어리더의 역할은 말 안 듣는 남자사원들을 일으켜 세워서 쓸데없는 안무를 가르치거나, 각종 행사에서 직접 응원을 하며 분위기를 띄워 주는 것이었는데, '나름' 괜찮은 외모의 신입 치어리더가 저희 팀에 배치되자 남자사원들의 짐승같은 울부짖음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분위기가 어느정도였냐 하면...상상 정도는 하셨겠지만,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 배치된 치어리더는 두 명. 그 중 한 명은 앞서 말씀드린 방년 20세의 귀여운 신입 치어리더였고, 나머지 한 명은 말 그대로 '마녀' 라고 불릴 만한 포스를 지닌 분이었습니다.(성격까지 까칠하니...이것도 주변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원 관계상 어쩔 수 없이 팀 원의 절반은 그 '마녀' 치어리더에게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자사원들은 어떻게든 그 신입 치어리더에게 교육을 받기 위해 갖가지 비겁한 수를 쓰기도 했습니다. 상대방 기물을 훔치거나 새치기를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그 신입 치어리더 팀으로 확정된 남자직원 한 명을 밀친 뒤 자신의 유니폼을 바꿔 입혀 조작을 하려는 파렴치도 있었을 정도이니까요. 사람이 모자르다며 손을 붙잡고 매달리는 '마녀' 치어리더를 거리낌없이 힘으로 제압하여 뿌리친 뒤 당당히 신입 치어리더 편으로 입성했던 용자도 있었고... 

 신입 치어리더라 모든 것이 서툴렀습니다만, 오히려 주변 팀원들은 '그 모습마저 예쁘고 귀엽다.' 라며 평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게으르고 협동심이라고는 눈꼽만치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지만, 그녀의 한 마디에 모두가 대동단결할 정도이니...

 말 그대로 예쁘니까 특별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주변 동료들은 '태어나서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본다.' 라면서 매일 그녀 이야기로 밤을 지샜고, 그녀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달려가서 연락처를 따내려는 시도를 반복하였습니다. 더군다나 그 여자분도 처신을 매우 잘했죠. 치어리더 답지 않게 수줍은 모습을 보이면서 '적절하게' 남자들의 환상을 깨지 않을 만큼만 행동했습니다.

  당시의 본인도 '도대체 여자가 뭐길래 저런 추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한 사건들이었습니다. 처음 목격하는 장면은 아니긴한데, 이건 상대 치어리더들에게도 상당히 민폐인 뿐더러 도가 지나치기까지 했으니까요. 여성의 시각에서는 '발정난 짐승들의 향연' 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한데...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가끔은 이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오직 대학/공부/공대진학/취업이라는 장애물과 씨름하면서 제대로 된 연애는 커녕 '제대로 된 이성' 과 접할 기회조차 전혀 없었던 그들에게는 당시의 경험이 상당히 절박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을테니까요.

 주변 동료들을 보면 '남중-남고-공대-군대-공대-공장' 트리가 많습니다. 기껏 대학에 진학했더니 '오빠' 대신 '형' 이라고 부르는 여학생만 있을 뿐이고, 기껏 취업했더니 눈 앞에 펼쳐진 공장에서는 어머니 뻘의 청소부 아줌마만이 유일한 이성이었죠. 바로 이런 상황에서 그들 앞에 나타난 그 '치어리더' 는 어떤 면에서 본다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신세계' 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절박한 심정에서 바라본다면 남자들의 이런 심리도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만...      

 참고로 당시에 연애 좀 해본 남자직원들은 '쟤 말야? 저런 애들 강남 변두리만 가도 쌔고 쌨어 임마.' 라며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이성 경험이 많은 사람이야말로 오히려 더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아르젤 2011/11/29 02:04 # 답글

    '형' 이라고 부르는 여학생만 ....
  • 쓰레기청소부 2011/11/30 02:54 #

    윽...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 DUNE9 2011/11/29 17:19 # 답글

    공학(남녀분반)-남고-공대-군대-공대-공장-그리고 해외현장.

    테크트리 시망입니다.
    중동은 눈씻과 봐도 제대로 된 여자의 존재를 찾을수가 없어요.
    하지만 유부남이라서..
  • 쓰레기청소부 2011/11/30 02:55 #

    유..유부남이시라면 그래도 괜찮은 것 아닙니까...
  • 하늘색토끼 2011/11/29 19:36 # 답글

    그래도 공장을 선택한 분들 대부분은 남학교가 제일 낫다고 그러죠 뭐 저는 고등학교떄 남녀공학의 꿈을 짓발바버렸지만
  • 쓰레기청소부 2011/11/30 02:56 #

    음...부서에 여자가 많은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만...여자가 한 명도 없으면 분위기가 칙칙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매우 늦은 시기에 깨닫게 된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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