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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 이런 회사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10

 어느 규모가 제법 큰 회사에 A와 B라는 사원이 입사하였습니다. A라는 사원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이며, 외국어/전공/소양 할 것 없이 모두 우수한 스팩을 갖추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회사 아니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골라서 갈 수 있는 수준. 일단 누가 보기에도 '타고난' 능력자로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사람입니다.
 
 반면, B라는 사원은 비명문대 출신이며 끈질긴 노력으로 영어점수랑 봉사활동과 같은 스팩을 쌓았고, 운 좋게 면접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이 회사에 겨우 입사한 사람입니다. 회사는 이 사람의 차별화된 성실성과 열정을 보고 뽑았지만 A에 비한다면 그리 똑똑한 것 같지도 않고, 뭔가 획기적인 업적 하나 터뜨려 줄 특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사담당자가 부서를 배치하기 위해 두 사람을 차례로 불러 면담을 하였습니다. 현재 개발/생산부서에서는 사람을 달라고 난리입니다. 제품을 개발하여 생산까지 하는 기업이므로 항상 사람이 필요하지만, '엔지니어' 부서 답게 매일 월화수목금금금...에다 팀내 분위기도 좋지 않으며 윗사람들의 눈치보기식 경영으로 개인이 이룩한 업적이나 성과만큼 처우를 해주지 않는 부서입니다. 회사 내에서는 핵심부서인데 대우를 해주지 않으니 이직이 많은 실정.

 회사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A같은 사람이 이런 부서에 들어와야 하겠지만 A는 당연히 제안을 거절합니다. 편하고 돈 많이 벌려고 애써 명문대에 진학했건만 이런 힘든 부서는 절대 가기 싫거든요. 개발부서에 가서 개고생하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합니다. A같은 인재들은 편한 부서로 가고 싶습니다.

 B는 당연히 개발부서라도 좋으니 어디든지 가겠다고 말합니다. 힘들게 입사한 직장이니만큼 개발/생산부서가 싫다고 그만두거나 내뺄 여유가 없는 셈이죠. 

 애써 뽑은 우수인재를 버릴 수 없으니인사담당자는 A를 원하는 부서로(편한부서) 배치시키고, 어쩔 수 없이 B를 현재 가장 인력을 필요로 하는 D개발부서로 배치시킵니다. 

  그 이후로도 회사는 어쩔 수 없이 A같은 사람은 자신이 가고 싶어하는 부서나 편한 부서로 배치시켰고, B같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력이 가장 필요한 부서에 우선 배치됩니다. 이런 식으로 인사배치는 반복되고...

 그로부터 약 10여년 후...

 일이 없어 편하거나 뭔가 표면적으로 멋있어 보이는 부서(회사에는 별 도움 안되지만)에는 A같은 '똑똑한(혹은 명문대)'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고, 힘들고 어렵지만 회사에 꼭 필요한 개발/생산부서에는 B같이 상대적으로 능력은 떨어지지만 철야와 끈기로 버티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발부서 사람들은 능력대신 무대뽀 정신과 '쥐어짜기식' 마인드로 겨우겨우 어떻게든 회사를 발전시키긴 합니다만...

 생산/개발 팀 내 인원들은 행여나 우수한 인재들(명문대/박사학위출신, 우수 프로젝트 경험자, 그 외 누가 보기에도 똑똑한 인재들)이 부서에 배치된다면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릴까봐 이젠 앞장서서 어떻게든 A같은 사람들이 배치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생산/개발부서의 처우는 열악하여 버티지 못한 사람은 이직을 하는 상황...

 지금까지야 잘 버텨왔겠지만 과연 수 십년이 흐른 미래에도 이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p.s.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B같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고 무능력한 사람들처럼 보이긴 하는데...그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조직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똑똑한 사람들과 힘든일도 마다않는 성실한 사람 등 다양한 성향의 인물들이 고루 섞여 있어야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겠죠.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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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엑스트하1 2011/12/22 03:53 # 삭제 답글

    B중 1인으로서...

    A가 회사에 지원하긴 하나요?
    그래도 나름 한손에 드는 대기업R&D인데...-_-;

    A는 보이지도 않음.ㅋㅋ
  • rip 2011/12/22 08:42 # 삭제 답글

    왠지 스스로를 B라고 생각할듯한 루저 근성에 찌든 블로그 주인장다운 글입니다 ㅋㅋ

    '회사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지만'.. 이란 부분을 보니 주인장 마인드가 확인하게 보이는군요..
    매번 글을 볼 때 마다 느끼지만 참 안쓰럽습니다 이번 생은 안되겠지만 힘내세요 ^^;
  • santalinus 2011/12/22 10:47 # 답글

    수십년이 흐른 다음에... 그 회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WHY군 2011/12/22 10:57 # 답글

    음.. 어떤 책에서
    잘 되는 팀이나 부서를 보면 가끔 아무것도 안하는것 같이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을 다른곳으로 보내면 망한다고 하더라고요.

    게임에서 아이탬들도 좋다고 이것저것 끼는것 보다는 세트템을 끼는게 더 좋지요...
  • 로가디아 2011/12/22 11:39 # 삭제 답글

    규모가 큰회사에서는 망하기도 힘듭니다...
    물론 악재와 악재가 겹치거나...정치적 숙청대상이 되어서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대기업도 있습니다만

    회사라는건 실무능력으로만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인맥에 의해서도 움직입니다. 조직내에서만이 아니라 영업에서도 그런경향이 있고, 매출에도 관계가 있지요
    물론 인맥도 실력입니다
  • Luno 2011/12/22 14:13 # 답글

    현실성이 좀 없네요 일단 A같은 사람이 있다한들 애초에 힘든일 할래 편한일 할래 하고 물어보고 배치시키는 인사담당자는 없을뿐더러, A라는 사람도 거르고 걸러서 입사를 확정했을테니 어느 부서에 가도 뷸평없이 일을 잘할겁니다. 일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겠죠. 그리고이게 왠지 주인장님 환경이랑 비슷해보이기도 하눈데... 아무리 옆에서 하는일도 없고 학벌능력으로 일도안하고 놀고먹는것처럼 보이는 부서도 실제 일을 해보면 밖으로 보이는것처럼 쉽지많은 않아요. 뭔가 열등감에 휩싸인 그런 느낌이 글에 많이 묻어나네요.... 그리고 사람들은 항상 자기일이 제일 힘든겁니다. A도 실제로는 B를 부러워 할수도 있어요.
  • Luno 2011/12/22 14:16 #

    거기다 중요한걸 빼먹엇네요
    스펙과 업무능력은 정비례하지 않더군요 B같은사람이 실제 일해보면 업무능력이 훨씬 뛰어난경우도 많아서 회사는 아마 잘돌아갈겁니다;
  • 2011/12/22 16: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하늘색토끼 2011/12/22 19:23 # 답글

    왠지 그 회사 제가다니는 공장과 비슷
  • Carter 2011/12/23 10:19 # 답글

    언제나 열등감 작렬하는 글이십니다. ^^
    A라고 해서 모두 창의성 폭발의 천재형이라는 보장이 없고 B라고 해서 모두 창의성이 돌맹이 수준일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금방 망할 회사는 님같은 사원들이 가득한 회사일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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