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우울한 2cm 에 얽힌 추억.... 38

 몇 년 전, 어느 외부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당시에 어느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었던 터라 본인에게는 공적인 참석 자리이긴 한데 단합대회 형식을 띈 자리라 분위기는 비교적 덜 엄숙했습니다. 수많은 장학생들과 함께 하는 행사이긴 하지만 제게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초면인지라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긴 했었죠.

 행사 내용 중에는 몇 명의 남녀 학생들이 팀을 짜서 장기자랑 비스무리 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무작위의 남녀 학생들이 같은 팀으로 배정되어 우선적으로 '팀이름' 과 '보여줄 것' 을 정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팀원들은 4~5명의 여성과 4~5명의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뚫고 갑자기 어느 여학생이 먼저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학생은 남학생들 쪽을 위아래로 훓어보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다들 키가 어떻게 되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저를 포함한 다른 남학생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별 생각 없이 자신의 키를 불러주었습니다. 

 '178이요' '177이요' '178이요' '179요' '178센티?' 


 그러자 그 여학생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밝은 목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 진짜 다들 키가 평균이 180에서 딱 2센티 부족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딱이네. 우리 팀 이름을 2cm 로 하는 게 어때요?'

 '와 2cm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아쉽네 ㅋㅋㅋㅋㅋㅋㅋ 루저잖아 완전 ㅋㅋㅋㅋㅋㅋ'
 '이름 진짜 잘 지었다. 와 진짜 니가 조장해라 조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에 주변 여학생들은 '완전공감' 한다는 듯이 폭소를 터뜨렸고 자지러지듯이 서로 끌어안는 등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남학생들 키가 180이 안 되는 것이 그렇게도 웃긴 것인지는 모르겠는데...솔직히 말해서 조금 기분이 우울했다고나 할까요. 

 주변 남학생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고, 다른 남학생들과 달리 그 여학생들과 안면이 전혀 없었던 저는...솔직히...씁쓸하고도 우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갸뜩이나 '키' 에 대해 콤플렉스까지 가지고 있는 신세인데, '2센티' 부족하다며 놀리는 여학생들이 좋게 보일리 없었습니다. 

 제가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짓자 아까 그 여학생이 제게 되물었습니다.

 '왜 그래요? 2cm 싫어요?'


 다른 남학생들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 분위기라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이런 말을했습니다.


 '저어...죄송한데, 남의 신체부위 가지고 이름 짓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녀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주변 여학생들은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트린 저를 잡아 죽일듯이 노려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남학생들 역시 제 말에 동조하는 듯 보였기에, 여학생들도 눈치를 챘는지 '2cm' 라는 팀 이름을 철회하고 다른 이름을 짓자는 말에 동의하는 듯 보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만약 반대로 그 자리에서 어느 남학생이 먼저 나서서 여학생들을 위아래로 훓어 보면서

 '몸무게가 어떻게 돼요? 55kg? ㅋㅋㅋㅋㅋㅋ 와 대박! 다들 몸무게가 평균에서 10kg 오바됐네요. 우리 팀 이름을 10kg로 하는 게 어때요?' '10kg 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가슴 사이즈가 좀...A컵이신 것 같네요. 우리 팀 이름을 에이핑크로 짓는 게 어때요? 와 에이핑크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랬다면 어땠을까요? 아주 난리가 났겠죠. 친한 사이라면 서로 장난식의 멘트를 주고 받을 수 있겠지만 초면인 사람도 많은 곳에서 남의 키를 가지고 몇 센티 부족하다느니 하면서 놀림거리로 삼으려는 것은 그다지 좋은 행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사건 이후로 그 여학생들과 마주할 일은 다신 없었지만 '명문대 출신+성적 우수 장학생'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여학생들이 그런 가십거리로 분위기를 장악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되니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더군요.

 참고로 그 여학생분들은 그 유명한 SKY 대학에 다니고, 성적 우수 장학생에다, 집안도 좋아 저 같이 미천하고 형편없는 사람보다 훨씬 좋은 직장과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저 밑에서 굽실거리고 조용히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2cm' 반발 사건으로 인해 밉보이게 되었네요.

 제가 좀 쪼잔하게 반응한 것인가요? 평소에 남의 잘못이나 불합리한 점은 대놓고 말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네요. 어쩔 수 없죠 뭐...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하저로어 2013/01/21 06:44 # 답글

    여튼 병신들이 많아 ... 여기저기에..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1:59 #

    병신까지는 아니긴 한데...분위기 파악은 못 한 셈이죠...
  • 셔먼 2013/01/21 08:19 # 답글

    참 생각없는 사람...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0 #

    어차피 저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니...굳이 제가 비난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 passerby 2013/01/21 08:37 # 삭제 답글

    잘 하셨어요.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0 #

    아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 낙서 2013/01/21 09:27 # 답글

    모야 이거! 쥔장 키 178이얏! OTL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0 #

    177입니다. 저들 중에서는 가장 작죠
  • ㅁㅁ 2013/01/21 10:41 # 삭제 답글

    이쯤 되면 불쌍하다 ㅠㅠ 힘내여 상담도 좀 받고 그래요.
  • 어이없다 2013/01/21 14:04 # 삭제

    당신이나 받으세요
  • ㅎㅎ 2013/01/21 21:32 # 삭제

    주인장 분신술 쓰신다~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0 #

    어떤 상담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 ㅏㅏㅜㅇ 2013/01/21 10:52 # 답글

    내용엔 문제가 없는거같은데 되려 당당하고 그늘없이 표현하셨다면 되려 상대쪽도 웃으며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네요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1 #

    나름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 자체가 그들에게는 기분나빴을 수도 있겠지만...
  • 텐돈 2013/01/21 10:54 # 답글

    우리팀이름을 A컵으로 지어요~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1 #

    개 욕먹고 쫒겨난 것도 모자라 주변 간부들에게 신고 당했을 듯...
  • 동굴아저씨 2013/01/21 11:22 # 답글

    키크잔아요!!
    전 173.5란 말입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1 #

    요즘으로 따지면 그냥 보통이죠. 길 가다 보면 저보다 작은 사람 거의 없다는;;;
  • 2013/01/21 14:05 # 삭제 답글

    청담동앨리스란 드라마 보면서 된장녀 합리화 쩌는 여자들이 많은 세상이니 저런여자가 있는건 당연합니다. 한국에서는.
  • ㅎㅎ 2013/01/21 21:32 # 삭제

    주인장 분신술 쓰신다~22222
  • 2013/01/22 00:00 # 삭제

    ㅎㅎ/ 주인장 아닌데, 과대망상인가?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2 #

    드...드라마에게도 그런 비밀이...
  • 마징돌이 2013/01/21 15:24 # 답글

    전 181이지만 183이 되고싶습니다 ㅡ.ㅡ;
    이상하게 중딩 때무터 183이라는 키에 꽂혀서 노력했것만 현실은...
    저도2cm모자르네요ㅋㅋㅋ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2 #

    부...부럽군요. 저는 187을 바랬지만 현실은...10cm모자란,,,
  • 회고록 2013/01/21 18:17 # 답글

    뭐요? 님 178임? 어이없다;;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2 #

    어...어떤면에서 어이가 없으신지요?
  • 회고록 2013/01/23 02:44 #

    키에 컴플랙스 가지고 있다고 말하셔서 전 평균키도 안되시는줄 알았습니다. 근데 177이면서 키에 컴플랙스를 가지시다니;; 물론 사람의 기준이 제각각인것은 인정하지만171인 저는 어떻하나요 ㅋㅋㅋ 글을 읽으면서 이번에는 좀 첨으로 빡쳤네요 ㅠㅠ 님 충분히 커요!!!
  • 낙서 2013/01/23 09:55 #

    옭소~
  • 111 2013/01/21 21:48 # 삭제 답글

    루저 얘기는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뉴스에 나올 정도로 폭발적으로 욕먹은 일인데
    그걸 대놓고 말했다구요? ㅎㅎ 욕 먹다 배 터지려고? ㅋㅋㅋ

    그전에는 키작은 남자보고 루저라고 말하는 것이 나온 적도 없었구요.(이xx의 표현으로 시작)

    루저라는 말이 나온 다음에 이 일이 있었다면 그 여자들은 어디 인터넷도 신문도 TV도 없는 산 속에 살았나 보네요.

    짤방과 과거 최노인님의 글까지 보면 .. 만에하나사실이라도 약간 더 각색된 글이라고 생각되네요.
    실제로 루저라는 말을 남자 앞에서 할 간큰 여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서로 돼지/루저라고 놀려도 속상하지 않을 사이 빼고는요.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5 #

    오히려 그 사건 뒤로 루저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농담소재로 활용되는 부작용이 많았죠. 여자들의 그 말의 심각성을 모를지도 몰라요. 놀린다는 측면에서는 알고 있겠지만 정작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다보니 TV같은 곳에서 생생하게 체험한 것이 아닌 주변에서 어설프게 주워듣고 써먹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참고로 제가 올린 에피소들은 각색된 글 아닙니다.
  • 대체 2013/01/21 22:13 # 삭제 답글

    이렇게 열등감이 쩌시는 이유가 뭡니까...? 어디 여자한테 된통 사기라도 당하셨나요?
    사람 사는거 다 비슷합니다. 청소부님이 어딘가에서 나쁜 일을 경험해 이렇게 적대감을 가지신 일이있다면 분명히 좋은 일도 있으실 겁니다.
    그러니 소설은 그만 쓰시고, 실제로 여성과 이야길 나눠보세요. 그렇게 나쁜사람도, 골빈사람도, 착한 사람, 어려운 사람도 사실 잘없고 다들 비슷해요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06 #

    소설이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말하는 일,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요.
  • ... 2013/01/24 14:19 # 삭제

    소설을 쓴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자들은 착해서 남에게 상처 안 줌 -> 그러니 이놈이 소설쓴다!


    참고로 일본 우익들이 이런짓 잘 하좆.

    일본인은 착해서 남에게 피해 안 줌 -> 그러니 위안부 성노예는 거짓이다! 식민지 수탈도 날조됐다! 일본인이 정의임


    Same Shit!
  • 풍신 2013/01/22 11:12 # 답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면 역시 질 나쁜 농담이니, 그렇게 하시는게 옳겠죠. 다만, 한국 남자 평균키야 대충 174 정도 된다고 하니, 평균 이상인 것이고, 옛날 기준으론 비교적 키 큰 편에 속하고, 분위기가 농담하고 웃는 분위기였다면 그냥 반어법 쓰려고 한 건데, 거기에 진지한 태클이 들어와서 맨붕인 것 같기도 하고...뭔가 상당히 미묘하네요..OTL...

    뭐 루저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 여성분이 잘못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180cm에서 2cm 적다고 했다고 기분 나빠할 일은 없단 느낌도 들고...(전 160대라서, 2cm는 그냥 개그에 반어법이었다고 느끼는...OTL...)
  • 쓰레기청소부 2013/01/22 22:12 #

    예전에 '180이하는 루저' 라는 모 여성의 발언이 이상하게 확산된 경우라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174cm 이상이라면 '평균보다는 큰' 축에 속하는 것인데 180이라는 숫자 자체가 일종의 '멋진남자' 마지노선이 되어버렸죠. 그 특유의 어감 때문에 '멋지지 않은 남자=매력없는 남자' 라는 식으로 매우 극단적인 뉘앙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씁쓸한 일이죠.

    그 여성분들은 반쯤 흥미위주로 그런 식의 팀명을 짓자는 데 의견을 내세운 것이지만, 진짜 제가 별 말 안했으면 팀명 적는 란에 싸인펜으로 '2cm' 라고 적을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하는 여성분들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런 식으로 상대 남자들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려는 것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거짓이오 2013/01/24 14:24 # 삭제 답글

    177이 컴플렉스라니ㅋㅋㅋㅋㅋㅋ
  • VV 2013/01/26 22:18 # 답글

    저런 사람들 미수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인생 훅 갈 거에요.
    학벌과 실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형편없는 인격이네요.
    좀더 세게 말로 후려갈기지 그러셨어요.
  • 몽몽이 2013/02/11 15:14 # 답글

    흠 전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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