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4/09/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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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재미없는 이야기

건강상의 이유로 비뇨기과에 방문했는데, 담당의사분과의 상담을 마친 후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침대에 드러누웠습니다. 난생처음 겪는 오묘한 부위의 통증인데다 생각외로 고통이 심했기 때문에 의사분에게 이런 저런 증상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되었는데, 의사분께서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검진을 실시하더니 제게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최근에 성관계를 하신 적이 있었죠?'
당연히 본인은 솔직하게 '아니오' 라고 대답했습니다. 본인은 그런 경험조차 없는데다 그럴 이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못미더운 듯 고개를 갸우뚱 하시더니 재차 질문공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감염에 의한 염증 같은데, 진짜 최근에 한 번도 안하셨어요?'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성관계 유무나 횟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치 본인이 거짓말이라도 하는 듯한 인상과 말투로 자꾸 의미 없는 추궁을 하니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차라리 성병이었다면 환자가 수치심에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정확히 들어맞았겠지만 본인은 그런 병이 아니었거든요.
'굳이 최근이 아니더라도 수 개월 전에 성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니까...그런 적이 정말 없나요?'
황당하기 그지없는 질문의 반복이 이어지자, 본인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조리있고 침착한 말투로 강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없어요ㅠㅠ. 태어나서 평생동안 성관계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ㅠㅠ'
의사 선생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러 '평생동안' 이라는 단어에 포인트를 주어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였더군요. 그러나 무엇보다 본인을 괴롭혔던 감정은 바로 '굳이 이렇게까지 밝혀야 하나' 라는 후회 막심이었습니다. 아니라고 하면 그냥 믿을 것이지 왜 자꾸 물어보시나요 ㅠㅠ
차라리 (불결한)성관계로 인한 세균 감염 때문에 비뇨기 질환에 걸린 것이 수치스러운 일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오히려 비뇨기과 전문의 옆에 누워서 '본인은 평생동안 성경험이 없는 동정입니다' 라고 말했던 제 자신이 마치 동정을 광고하고 다니는 불쌍한 중생의 모습인 것 같아 비참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살면서 한 번도 경험이 없는 사람도 많을텐데,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질문은 마치 본인을 두 번 죽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튼,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동정이라고해서 비뇨기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부디 몸관리 잘 하시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세가 보이면 가까운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 및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본인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사실 사타구니쪽에 대상포진이 걸려 병원 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
동정이라고 해서 비뇨기 질환이 오지 안는건 아니라규!!
반대로 여성한테 물어볼때, 특히 미성년자한테 물으면 오해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혹시 잊어버리신게 아니신지
OTL
비뇨기과의사 네 이놈... 부들부들부들부들.
PS : 찜질방 등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네요.
그런 화장실은 사용자가 많으니 해당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병균이 변기에 옮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