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혼자 밥먹는 것에 대한 단상 6

 
 개인적으로도 대학시절부터 줄곧 혼자 밥먹는 것에 익숙해진 타입입니다만 '혼자 밥먹기 레벨' 과 같은 네티즌들의 주장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초보적인 레벨의 행동인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컵라면을 먹는 것에서부터 최고레벨인 고기집이나 술집에서 혼자 먹는 것까지 실상 매우 다양한 패턴이 존재한다고들 하는데, 레벨의 순서대로 용기의 정도가 비례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혼자 먹는 사람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개인의 용기라는 속성보다는 식당 주인들의 거부감(배척)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의지가 충만한들 어쩌겠습니까..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혼자 오는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에게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본인의 경우 일전에 고기를 먹고 싶어 근처의 고기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몇분이세요?' 라는 종업원에 질문에 '혼자인데요' 라고 대답했다가 '죄송하지만 저희 집은 한 사람은 안 받습니다' 라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탓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 먹기 레벨 좀 높여보겠다고 '이보쇼,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요?' 라며 반발한다면 그것대로 꼴불견이니 그 사건 이후부터는 트라우마로 혼자서 고기집을 방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굳이 쫒아내지 않아도 차별하는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도 있죠. 뼈해장국이 먹고 싶어 어느 감자탕집에 들러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마침 본인이 좋아할 만한 위치에 작은 테이블이 있었던 것입니다. 본인이 의자 위에 짐을 올려놓자 주인으로 추정되는 분이 황급히 뛰어오시더니 '저기요. 혼자 오시면 거기 앉으면 안돼요. 저 쪽으로 가실래요?' 라며 본인을 제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테이블도 아니고, 예약석도 아닌데 굳이 다른 테이블로 이동시키는 것도 의아했는데, 사실 주인 입장에서는 그다치 큰 매출을 올려주지 않는 하찮은 고객이다보니 쉽사리 좋은 자리를 내주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당연히 서빙의 태도나 불러도 대답없는 등 서비스 질의 하락 또한 극복해야할 장벽입니다.

 뭔가 거절하지는 않는 듯 한데, 인상부터 혼자 오는 손님을 반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사실 가장 불편합니다. 마지못해 손님을 받는다는 어두운 표정부터 불편하기 짝이 없거든요. 이미 음식을 주문했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가게문을 나설 수도 없는 처지이고, 그렇다고 마음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그 분위기...정말 괴롭긴 합니다. 특히나 음식을 먹는 본인을 아래위로 훓어보면서 '쟤 언제 가냐, 빨리 먹고 가라' 라는 듯한 묘한 눈빛을 보내는 경우...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가 가장 힘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본인은 음식점 사장님들의 그런 태도가 마냥 불만스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도 한국에는 1인 손님보다 단체손님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테이블이나 좌석 배치조차 최소 4인 이상을 위주로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솔직히 매장 주인 입장에서도 국밥 한 그릇 7~8천원 짜리, 고기 1인분, 정식 한 접시 등등 한 사람 손님 받는 것으로는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혼자 오는 손님을 반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겠죠. 혼자 오는 손님일지라도 그 손님이 4인 테이블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런 이유로 단체손님을 받지 못한다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크나큰 손해라고 생각될 소지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1인 손님이라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가게가 있다면 아무런 부담 없이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들 대인관계가 부족하고 소극적인 사람이 혼자 먹는 것을 즐긴다고 상상하기 쉽지만 혼자서 밥을 먹으로 다닌다는 것 자체는 상당한 용기와 주인장의 눈치를 감내하는 베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혼자 먹는 사람이 더 외향적이고 같이 먹는 사람이 오히려 소극적인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사실 남드로가 섞여 단체로 밥을 먹으러 다니게 되면 자연스레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별다른 용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나이트밸리 2014/10/22 02:52 # 답글

    아닙니다, 음식점 사장들이 헝그리 정신이 없는가 봅니다.
    그땐 박차고 나오시면 됩니다. 친절한 가게를 찾아서..
  • 풍신 2014/10/22 11:49 # 답글

    그런 일을 당하면 정말 기분 나쁘겠네요. 다만 제가 눈치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다가 한국 일주일가면 이젠 친구들도 모두 바뻐서 3일 정도 빠르게 점심, 저녁에 다 만나고 나서 4일 정도는 혼자 지내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그렇게 혼자서 좋아하던 음식점에 갔을 때 기피당한 경험은 전혀 없어서 실감이 안나는군요. (물론 주중에 사람들 비는 시간에 간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4인용 테이블, 2인용 테이블로 분리하거나 하지 않는지?
  • atacms1 2014/10/22 09:24 # 답글

    혼자온다고 불친절한 식당이 여럿이 간다고 친절할까요?
    기본이 안된 식당은 뻔합니다.
  • 이글 2014/10/22 12:07 # 답글

    혼자온손님이 영원히 혼자올거라고 생각하는건지 어쩌니저쩌니 해봐야 핑계져
  • 제트 리 2014/10/25 09:44 # 답글

    웃긴거죠...... 까놓고 말해서 단체로 와서 진상 부리는 게 더 싫은 주인들도 있으니까요
  • 토마토맛토익 2014/10/30 00:16 # 답글

    사실 불판을 써야 된다거나하는 집이면 손님이 많은 시간대면 뭐 이해는 갑니다.
    근데 그냥 식탁 깔고 음식 시켜먹는 곳이라면 그러는 건 좀...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앉는다고 잡아먹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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