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쇠고기에 대한 단상 7


 본인은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한국인 상당수의 사람들이 돼지고기보다는 쇠고기를 더 맛있게 느낀다는 사실을 성인이 되어서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부 통계조사에 의하면 여전히 삼겹살과 같은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은 가격과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 그런 것이고,  사실상 먹고 싶은 고기는 '쇠고기'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 돼지, 닭고기는 모두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직장의 회식자리와 같이 어차피 내 돈내고 먹어야만 하는 자리든 타인이 사주는 식사자리든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입맛의 선호도 탓도 있지만 그나마 가격 대비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취향 때문에 쇠고기 회식자리가 다가오면 엄청난 회식비를 감당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늘 긴장되고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직장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회사에서 쇠고기 회식을 한다고 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 고연봉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양 대비 엄청난 가격 때문에 경제적으로 심히 부담스러워 꺼려할 것입니다. (회식비 1/N 이 많이 든다고 해서 회식참여를 거부할수도 없는 상황이니...)

 쇠고기를 굽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문스러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핏물이 가득한 덜 익은 쇠고기를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요. 일전에 회사에서 쇠고기 회식을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직 핏물이 가시지 않은 상태의 쇠고기를 허겁지겁 먹는 것을 목격하고는 기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본인은 '사람들이 견딜 수 없이 배가고파 그런가보다' 라며 넘어갔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예외 없이 반복되는 것이 매우 의문스러웠습니다. 어떤 분은 아직 핏물이 가시지 않은 쇠고기를 앞에 두고 '넌 왜 고기 안먹냐? 집이 얼마나 부자길래 안 먹고 버티는 거냐' 라며 핀잔을 주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익지도 않은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다니...도대체 이유가 뭐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나중에 한국인들은 흔히 말하는 '레어' 나 '미디엄' 수준으로 쇠고기를 익혀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된 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쇠고기를 덜 익혀 먹는 이유는 돼지고기와 달리 웰던으로 익히면 살점이 급격하게 퍽퍽해지고 육즙의 맛이 덜해 전반적으로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명 '막귀/막혀' 를 가진 본인으로서는 덜 익힌 쇠고기를 처음 먹었을 때 피비린내(?) 와 흐물흐물한 살점의 식감 때문에 도리어 토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재료든 최상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레시피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 역시 어느정도 미각수준이 받쳐주어야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덜 익은 쇠고기를 차츰 먹다보니 비위가 상하는 빈도도 점점 줄어들고 그 나름의 맛도 알게 되었지만 모든 사람이 미식가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본인처럼 미각이 둔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웰던 스타일의 쇠고기가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스테이크의 경우 그 레스토랑 주방장의 실력을 가늠해 보려면 '웰던' 으로 주문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테이크는 전반적으로 두껍기 때문에 내부까지 골고루 익히는 웰던 스타일의 조리법이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자칫 불조절을 잘못하면 겉만 타고 육즙은 고기 밖으로 빠져나가 소실되고 속은 불균일하게 익혀져 상당히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육즙을 소실하지 않으면서도 내부까지 웰던으로 골고루 익힐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주방장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kiekie 2015/12/14 00:19 # 답글

    저는 미디움레어와 미디움의 중간이 좋네요. 미디움미디움레어라고 해야되나-_-;;
  • 애쉬 2015/12/14 00:44 # 답글

    탑클래스는 못 되어도 예민하게 먹고 다니는 미식가에 속한다고 자부하는데요...

    쇠고기 맛있게 익히는 정도가 딱 정해져있지가 않습니다. (이건 단언할 수 있어요)

    미디엄레어로 먹으면 향이 좋지 않은 고기도 꽤 많습니다. (주로 저가) 그리고
    고기 자체의 맛으로 따지다면 15일 이상 장기숙성시켜 웰던으로 굽고 겉은 조금 지져서 먹는게 맛은 제일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쇠고기 맛 두가지가 더 있습니다.
    소위 마블링이 좋다고하는 근내지방이 많은 고기의 기름진 맛
    육회의 맛(이건 사실 맛이라기 보다는 식감이라고 해야할지도)

    고기맛을 만족스럽게 느끼기 위해서 두껍게 썰고...두꺼우니까 다 익으면 씹기 힘들어서 미디엄으로 굽는 것이고요 그게 싫으면 숙성을 하든지 칼집을 내야합니다. 남미 처럼 약한 온도로 서서히 장시간 굽는 방법도 있고요

    쇠고기 다 익혀 먹으면 큰일 날 것 같이 호들갑 떠는 분들은 조금 더 넓게 드셔보시고 넓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고기의 맛이란게 그렇게 편협한건 아니니까요^^

    저도 돼지고기 좋아합니다. ㅋ 기름기 없는 목살도 좋아하고...비계 두툼한 삼겹도 좋아하구요...구이도 좋아하고 찜도 좋아합니다.

    ※ 씨어링(겉을 태우듯 지지는 요리기법)없이 웰던 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럴 때 보통의 서양 조리사들은 오븐을 씁니다. 전자렌지로 익히면 더 빨리 저렇게 구울 수 있습니다. (육즙이 좀 많이 흘러나올겁니다;;)
  • 2015/12/14 07: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Erato1901 2015/12/14 05:25 # 답글

    저도 핏기 가득한 rare로 먹습니다.
  • 레이오트 2015/12/14 08:50 # 답글

    같은 쇠고기라도 부위별로 어떻게 어느 정도 익히는게 적당한지의 기준이 다르지요.
  • 미식가 2015/12/14 10:09 # 삭제 답글

    미식가라 해서 다 미디엄이나 레어를 선호하는 건 아니고, 비위가 약한 미식가도 개중에 있어서 웰던만 즐겨 먹는 사람도 있으니, 본인이 막혀를 가졌기 때문에 레어 맛을 이해 못하는 거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음.
  • 의지있는 젠투펭귄 2015/12/20 11:31 # 답글

    님이 좋아하는 정도로 구운 게 가장 우수한 것이죠. 남이 말하는 걸 들으면 입안에 든 음식맛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팔랑귀가 아니시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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