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15/12/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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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세상만사 잡담

살면서 본인만큼이나 (사이비) 종교인들의 타겟이 되었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밀집한 거리를 1시간 이상 돌아다니면 거의 8~90%의 확률로 한 번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성경을 공부하자고 설득하시는 기독교 집단들 처럼 일반적인 종교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속칭 '도를 믿으십니까' 로 알려진 분들처럼 사이비에 가까운 종교에 심취하신 분들의 전도활동에 표적이 되었던 적이 수 십번은 족히 되는 듯 하네요. 제가 그렇게도 구원이라도 받아야 할 정도로 처량한 이미지나 외모를 가져서 일까요?
오늘은 주 거래 은행에 급한 용무가 발생하여 홍대 근처에 위치한 은행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용무를 마치고 나니 오랜만에 둘러보는 홍대거리에 심취하여 30여 분 정도 먹자골목 등지를 구경하다 집으로 복귀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순간...왠 아주머니 두 분께서 갑자기 제 앞을 가로막으시더니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잠시만요. 저흰 나쁜 사람 아니에요.' '혹시, 컴퓨터나 예체능쪽으로 사람들 가르치는 일 하시지 않나요?'

그분들의 행색이나 래퍼토리를 보아하니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경험에 의거해서 '바로 그분들' 임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대로 멈춰서서 그분들의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면 분명 두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로 일이 진행되겠지요.
'예? 맞죠? 거봐요, 저희들은 당신의 직업 뿐 아니라 미래까지 맞출 수 있어요. 근데 당신의 앞날에는 어둠이 보이네요. 빨리 막지 않으면 님의 인생은 한 순간에 끝날지도 모릅니다. 저희 XX신전으로 오셔서 공양을 하시고 경전 공부도 하시면 당신의 앞날은 창창하게...'
'예? 아니라구요? 다행이네요. 그 쪽으로 직업을 택하셨다면 평생 불행할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당신께서는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말고 저희랑 같이 도를 닦아야 할 운명이거든요. 우리 XX신께서 말씀하시길 당신께서는 저희랑 같이...'
뭐, 이 정도?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수 많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하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의 본인이라면 매몰차게 거절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 그 분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고 이런 경험이 지긋지긋해진 터라 '괜찮습니다' 신공을 여러번 남발하며 황급히 다리에 힘을 실어 도망쳤습니다. 다행히 붙잡히지는 않았지만 간만에 이런 경험을 겪게 되니 뭔가 지난날의 악몽이 겹치면서 한 동안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사례는 상당히 많지만 몇 가지 사례만 더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학교 때 공원에서 쉬다가 '할렐루야' 를 외치던 3명의 중년남성들에게 둘러싸여 1시간 동안 설교(?)를 들었던 적도 있고, 국내 최대의 서점인 XX문고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툭 튀어나온 왠 남성이 '성경을 공부하셔야 할 운명입니다' 라며 다가온 적도 있었구요, 본인은 종교가 불교인데다 대학 역시 불교학교를 다녔는데 대학 재학 중에 '성경을 공부하자' 라며 본인에게 성경공부를 강요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그것도 강의실 근처 등 학교 내에서...)
뭐, 그 분들의 의도는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하려는 의도인 것이었을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종교사기집단' 중 하나일 수도 있었을 테구요, 아니면 알고보니 정말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비범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인데, 진정으로 본인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려 했던 것이었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던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라도 당황스럽고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자꾸만 종교인들의 표적이 되는지 말입니다...본인의 외모가 추악하거나 무섭기만 했다면 그분들은 오히려 다가오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요. 아마 그런 분들의 눈에는 제가 그렇게도 구원받아야 할 정도로 불쌍하거나 처량하게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만...나이가 들어도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며칠 전에 급하게 서면 전철 역을 지나가고 있는데 그런 류의 사람이 말 걸고 지나가길래 '죽고싶나' 나직히 말해주고 지나갔죠. 더이상 말 걸기조차 무섭게 응대하시길.
= 만만해 보인다.
그런 사람이 남에게 주도 권잡혀 끌려다니기 쉬워 보여서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