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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인의 엇갈린 운명 14


 지인이 대학시절, 팀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던 중 조원 중에서 유난히 소극적인 여자 후배가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취업난이 극심한 분위기에서는 가차없이 제명될 인원이었겠지만 당시에는 공대에 여학생이라는 특권아닌 특권을 누리면서 적당히 무임승차하는 것이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지속적으로 참거나 용인할 수 없었던 지인은 용기를 내어 그 후배와 1:1 면담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아무리 여자이고 같은 과 후배라고 해서 모두들 고생하는 팀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었기에 선배이자 조장으로서 충고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죠.

 개별적으로 그 후배를 불렀던 지인은 강한 어조로 '이렇게 할 거면 더 이상 조별과제를 같이 할 수 없다.' '아무리 여자라고 해서 이런 식으로 무임승차하면 안된다' 라며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고, 지인과 1:1 면담을 했던 그 여자후배는 더더욱 그 지인을 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조원들도 '적당히 넘어가자' 라며 만류를 했기 때문에 상황은 그대로 흘러갔고, 팀 프로젝트는 그런 식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지인은 당시 그 상황을 회상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이 조직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하면서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기만을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던 회사에 입사했던 지인은 비록 본인이 원하던 부서에 배치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과거에 그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여자후배가 지인이 다니는 직장에 입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흔히 말하는 '갑' 의 위치에 있는 그런 부서에 말이죠.

 비록 학창시절에는 대학 선배이자 조장으로서 조원들의 불성실함과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할 수 있었던 위치였지만 사회에서는 그 위치가 역전이 되어버린 셈이었죠. 당연히 그 지인은 업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기 시작했는데...사실, 특별한 사심이 없더라도 그 지인은 그 후배 부서에게 업무지시를 받는 구조였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을' 의 위치였던 지인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신세였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그 후배는 다른 팀으로 부서를 옯겼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좋은 부서에 속했던, 그러나 지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그런 좋은 부서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대학시절 따놓은 자격증 중 하나가 해당 부서장에게 인정을 받아 거의 특채급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단순히 팀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사람의 운명이 바뀐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관계는 있습니다. 다른 조원들이 팀 프로젝트에 힘을 쏟을 시간에 그 후배라는 사람은 적당히 눈치 보면서 빠져나와 자격증 준비를 했을테니까요. 공대 특성상 대다수의 전공과목은 팀 프로젝트가 주요 과제로 실시되는 만큼 그 후배 입장에서는 꽤나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겁니다.(전공과목 3~4개 분량의 과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어차피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일상은 학점관리와 스펙쌓기 등 취업준비 등으로 24시간의 대부분을 빡빡하게 채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적당히 빠질 때 빠지면서 자기 실속 차리는 케이스라는 것이죠,

 지인 입장에서는 분통일 터질 만한 일이었죠. 결국 학창시절에 자신과 조원들에게 민폐나 다름 없었던 사람이 정작 사회에 나와서는 자신보다 성공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여기서는 일례로 대학 여자 후배의 사연만을 제시했지만, 사실 학창시절이든 사회든 타인에게 피해주고 자기 실속만 차리리 급급했던 사람이 나중에 더 잘되는 경우는 누구나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현실의 암울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울한 사실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것 역시 본인의 능력과 선택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어느 계기로든 엇갈릴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것이 합리적인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불평불만을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도나 대응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생활은 4년이지만 회사생활은 최소 10년이 넘게 지속되는 마라톤인데, 순간의 이기심이 남은 평생의 대부분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후배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지인과 그 후배라는 사람이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업무 특성상 '팀 프로젝트' 단위 활동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KittyHawk 2016/07/02 20:33 # 답글

    차라리 내보내는게 최선입니다. 하는 척조차 하지 않는다면 대책이 없습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6/07/04 00:38 #

    하는 척은 했겠죠...물론 요즘 대학생활에서라면 저런 조원은 당당하게(?) 퇴출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말입니다.
  • 레이오트 2016/07/02 20:35 # 답글

    어떻게든 퇴출 + 불이익을 주는게 답입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6/07/04 00:38 #

    그게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퇴출이라는 조치 자체도 너무 잔인한 것 같기도 하고...어쨌든 본인 능력으로 그 위치까지 온 것이니 말이죠
  • 레이오트 2016/07/04 20:52 #

    그래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런 잘났다고 교만떠는 것들이 조직을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 blackace 2016/07/03 14:49 # 답글

    his words against hers(아니 여자분은 아무 말도 안했으니까 이것도 아니네)일 뿐이고, 걍 잘된 여자후배한테 배알꼴려하는걸로밖에 안보이는데요.
    주작썰이시면 3점 드리겠습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6/07/04 00:40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인 역시 본인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니 이러한 현실이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요...(그리고 주작 아닙니다.)
  • 피그말리온 2016/07/03 14:54 # 답글

    모 영화 대사를 빌리자면...

    "너는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X 간나XX,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면 우린 뭘 먹고 사니?"

    그냥 이 정도로 생각하는게 낫지 않나 합니다.
  • 쓰레기청소부 2016/07/04 00:40 #

    안타까운 현실이로군요...
  • 지나가던과객 2016/07/03 15:21 # 삭제 답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지인분의 후배가 팀 프로젝트 중에 대학교시절처럼 행동하다가 잘렸다는 사이다스러운 후일담을 기대하게 되네요.
  • 쓰레기청소부 2016/07/04 00:41 #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 ㅇㅇㅇ 2016/07/03 16:10 # 삭제 답글

    네 제 점수는요
  • 쓰레기청소부 2016/07/04 00:41 #

    무슨 점수 말씀이신지요?
  • ㅇㅇㅇ 2016/07/04 14:58 # 삭제 답글

    과거상황은 지인입장 서술이고 그자리에 있었던 다른사람들의 시선은 달랐을수도 있음 지인입장의 서술만 봐도 사회적 융통성은 없어보임
    현재상황을 봤을땐 후배가 지인보다 사회적 업무능력이 뛰어나보임 지인이 그렇게 당하면서도 후배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하지못했다는점에서 지인은 그냥 과거에 머물러 도태한 사람일뿐
    남자후배였으면 어떻게든 풀려고 했을수도 있겠지만 여자후배여서 더 자존심 세우면서 "여자후배"욕하며 버티는거겠지
    결과적으로 잘된후배 배알꼴려하는 선배로 보임
    인생 길게보지 못하고 근시안적 인간관계를 하면 안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
    지인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후배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할꺼라 생각함
    사람이 살면서 내 편은 못 만들어도 적으로 만들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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