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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에서 음식 질과 양을 둘러싼 갈등 논란 8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급식의 질과 양을 두고 학생들과 조리원 간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주된 불만은 좋아하거나 먹고 싶은 반찬을 충분히 많이 배식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때로는 이러한 요구사항을 조리원들에게 전달할 때마다 조리원들의 불친절한 응대나 폭언 욕설 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요즘은 학교 내에 식당이 별도로 설치되고 조리사가 조리는 물론 배식을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본인이 학생 시절에는 조리원들과 영양사는 순수하게 조리만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반찬과 국 등이 완성되면 급식을 운송하는 담당 아저씨께서 교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반 교실로 밥통과 국통 등을 배달해 주었고, 배식은 학생들이 주 단위로 조를 짜서 담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리원들과 학생들 간 배식량을 두고 마찰이 빚어질 확률은 0 였죠. 하지만 그 때 당시에도 배식을 하는 학생들과 배식을 받는 학생들 간 '배식량' 을 두고 말다툼이나 갈등이 빚어졌던 것은 마찬기지였습니다. 특히 한창 많이 먹을 시기의 청소년들은 개인마다 '정량배식' 의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고기나 빵 등 육류와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먹기 싫은 반찬은 받고 싶지 않고 좋아하는 반찬만 잔뜩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한 것이죠.

 결국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부 조리원들의 폭언 욕설이나 전반적으로 부실한 급식은 분명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먹고 싶어하는 반찬을 의도적으로 배식하지 않는 사례는 드물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한된 시간 안에 몇 명의 조리원들이 수 백명의 학생들에게 배식을 하는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높은 시스템이긴 합니다. 뒤에서 대기하는 학생들 때문에 정성스런 배식을 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만약 자율 배식대를 설치한다면 어떨까요? 학생들보다 비교적 식사량이 적은 성인들을 대상으로한 구내식당에서도 자율배식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어른들도 자율배식대를 설치해 놓으면 먹고 싶은 반찬만 잔뜩 가져가고 김치나 나물류의 비인기 반찬들은 거의 가져가지 않아 남는 상황에서 식사취향이 더욱 극단저인 청소년들이 이런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어떤 파행이 일어날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고기랑 가공식품 반찬은 학생들 절반이 이용하기도 전에 텅텅 비어 있을 테고, 김치랑 나물은 미개봉 신품이나 다름 없는 상태로 남아있겠죠.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급식비를 더 지불하면 됩니다. 불행하게도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고기나 가공식품류는 상당히 고가의 식품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식단을 구성하려면 패밀리 레스토랑급 식비로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라면이나 빵 등의 밀가루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하던가요. 아이들 영양은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영양사 배치는 취소하고 싼 값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사업가 출신 주방장을 고용하면 됩니다. 여기에 자율배식 콤보까지 더하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꿈의 급식현장이 완성될 것입니다. 대신 최소한의 영양도 고려하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기도 전에 당뇨병,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겠죠.     



 애초에 이런 문제는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건강을 위한 야채 위주의 식단을 급식으로 제공했다가 학생들의 대다수가 극심한 배고픔을 호소하고 급식의 대부분이 짬통으로 직행하는 문제점을 겪기도 했고,  유럽 등지에서는 부실 급식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가 나기까지 했습니다. 급식 문제는 시스템이 잘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골칫거리로 여겨질 만큼 고질적인 근본문제를 안고 있으며, 일부 여론에서는 차라리 도시락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주장하기도 할 만큼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현 시스템의 근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를 해결하려면 조리원들의 처우개선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나서서 균형잡힌 식사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급식업체와 영양사들도 제한된 재료 내에서 학생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야 하구요. 본인이 보기에는 일부 메뉴의 질에 극찬을 받는 학교 외에는 대다수 학교 급식 메뉴는 거의 판박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실의 여부를 떠나서 급식 1세대인 본인이 보기에도 십 수년 전부터 맛이 없었던 메뉴들이 요전히 재탕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니만큼 이제서라도 메뉴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현 급식 시스템이 싫다면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차피 전업주부의 숫자가 급감하는 것이 요즘 세태이니만큼 예전처럼 매 끼니를 도시락으로 차려줄 부모는 많지 않다고 보아야겠죠. 마치 중남미 건설현장 처럼 매일 아침에 학교 앞에 다양한 반찬거리를 판매하는 업자들이 있고, 학생들은 등교를 하면서 적당히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이나 메인메뉴 골라 담아 가는 시스템 말이죠. 다만 중남미는 물가가 저렴해서 4~5천원 정도면 적당히 좋아하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꾸릴 수 있지만, 물가가 비싼 한국에서는 그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 제한사항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사실 한창 성장기이고 많이 먹을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한된 양과 메뉴의 음식을 먹여 비용대비 높은 식수인원 효과를 누리는 현 급식 시스템이 어찌보면 잘못된 접근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소리였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피그말리온 2016/07/11 00:24 # 답글

    집에서도 다루기 힘든게 편식인데 밖에 나가면 더하겠죠. 밖에서 그걸 통제할 수 있는 법은 '돈'밖에 없고...물론 우리의 훌륭하신 교육자님들께서는 학생들을 자본주의의 마수에 닿지 않게 하고 싶으시겠지만...
  • 쓰레기청소부 2016/07/11 02:52 #

    예전에도 급식이 맛없다고 느끼는 부잣집 자제분들은 밖에서 식사를 하고 오셨죠. 이걸 대놓고 조장하거나 허용해주면 급식을 이용하는 인원은 줄어들테고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서비스의 질을 더더욱 낮출 수도 있을 것입니다...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죠
  • 해달 2016/07/11 01:37 # 답글

    단체 급식용 고기 싸요.... 야채가 더 비쌈
  • 쓰레기청소부 2016/07/11 02:53 #

    그래도 과연 학생들의 양을 채워줄 수 있을지...
  • 소시민 제이 2016/07/11 13:26 # 답글

    이게 다 아이들 먹거리를 남에게 맡겨서 나오는 문제일지도....

    사실 옛날에야 집에서 도시락 싸고 다닐때는 어머님이 신경써서 챙겨주고는 했는데.
    지금은 급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니, 집에서 신경을 쓰기에는....

    급식문제는 학생과 부모의 문제, 제도 운영의 문제등 여러가지가 혼합된 문제라 생각되네요.
  • 급식충 2016/07/11 14:42 # 삭제 답글

    그래도 내가 학생 일때는 급식이 x같아도 인심이 야박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가면갈수록 삭막해지는 구나
  • 흠.. 2016/07/11 17:19 # 삭제 답글

    제가 보기엔 먹던말던 돈은 받을 수 있는 급식 구조가 문제에요.
    대학교 기숙사에서 패키지로 기숙사 식당 아침 저녁을 팔아대는데.
    다른 일반 학생식당에 비해 식수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밥은 제일 맛 없고 반찬은 창렬합니다. 맨날 양배추만 주는데다 메뉴도 패턴화되어있습니다.
    게다가 실제 등록 식수대로 밥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게 식사시간 끝날때쯤 되면 반찬이 다 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고요.

    그래도 사람들이 돈 내놓고 안 먹으면 급식업체측에선 더 이익인지라 메뉴개선은 말로만 하더군요.
  • 범골의 염황 2016/07/11 18:46 # 답글

    한솥과 편의점이 있으니 대 도시락의 시대로 회귀해도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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