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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검진 중 여의사 참관... 19

 몇 달 전에 고환암 증상이 의심되어 종합병원의 비뇨기과에서 진찰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이쪽 계통 질병은 초음파 검사 만으로도 검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 역시 초음파 검진 처방을 받고 한 달을 넘게 기다려서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국내 최대의 종합병원이라 그런지 검사일정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습니다. 국내 최고의 서비스를 갖춘 병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한 시가 급한 환자라면 검사일정만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병이 악화되어 죽을 판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검사 당일날, 불안한 마음으로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커튼 뒷편으로 의사분 두 명이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한 명은 뒷모습으로 보니 머리가 매우 길었던 것으로 보아 여성으로 추정되었긴 했지만 '설마' 하는 생각에 모른 척 하고 침대에 누워 의사의 지시대로 하의로 모두 탈거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의사분 혼자서 초음파 기기로 본인의 주요부위를 구석구석(?) 밀어가면서 검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눈에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그 여의사분이 슬그머니 커튼을 걷어올리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황당하고도 수치스러웠죠. 그 분은 진찰을 하고 있는 남자 의사분 옆에 앉더니 검사에 대한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아마 정황상 검사를 하는 방법을 실습 혹은 참관하러온 레지던트나 신입 의사로 추정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본인의 심장박동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불안함과 부끄러움에 몸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사전에 동의된 것이었나요?' 라며 한 마디 정도는 하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용기도 나지 않았고, 동시에 지금 진찰 받고 있는  병이 큰 병이면 어쩌나라는 복잡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멘탈이 매우 붕괴된 상태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저 본인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벽 쪽으로 향한 채로 검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의사분이 검진을 하고 있는 의사분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저 부위가 어떻다...이 부위가 어떻다...여길 검진하려면 초음파 기기를 이렇게 조작해야 한다 등등...의학적인 목적이지만 듣는 사람은 괴롭고도 수치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흐르니 결과보다는 빨리 이 구역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검사가 상당히 진행되어 마무리를 할 때 즈음...그 여의사분이 넌지시 제 아랫도리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부위 안하셨는데요?'



 '아 맞다. 고마워~'



 대학병원과 같이 레지던트 등 수련생을 두고 있는 병원의 경우 연구 및 교육의 목적으로 신입 혹은 레지던트 들을 검사 및 수술에 참관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은 이해해 주긴 해야하는데...하필 부위가 부위인지라 환자가 겪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여성 임신부가 출산 중에 남성 레지던트들이 참관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이를 호소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수술 및 검사 시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꽤나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논란이었죠.
 
 남자라고 해서 여성의사가 이런 부끄러운 검사에 참관한다고 해서 좋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그러면 변태겠죠.) 남자라고 다를까요? 여의사분은 당연히 본인을 그저 의학적인 대상으로만 보았겠지만 같은 공간에 있었던 환자는 절대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같은 남성끼리도 자신의 주요부위를 보이는 것을 매우 까려하는데 동의받지 않은, 그것도 여성인 의사가 검사에 참관한다는 것은 환자에게는 상당히 큰 정식적 충격을 안겨주는 셈입니다. 여성들처럼 남자 역시 누구라도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상당히 끔찍하며 괴롭습니다. 아마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을 트라우마가 된 것 같은 느낌이군요.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 2016/09/27 03:38 # 삭제 답글

    씁쓸하군요... 남성인권이 최악인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만 저럴 듯. 안습...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07 #

    남성인권하고는 큰 상관은 없어 보입니다. 비뇨기과 특성상 매우 부끄러운 부위를 진찰한다는 점과 대형 종합병원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의 조합이라고 봐야겠지요
  • 2016/09/27 06: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28 18: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돌군 2016/09/27 07:47 # 답글

    반대상황이었으면 당장 9시뉴스감.
  • 봉봉이 2016/09/27 09:00 #

    반대 상황도....상당히 흔합니다.
    저도 다 했던 과정이라....하루종일 산부인과에서 참관하고 수술방에 있고 그렇죠.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08 #

    반대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봉봉이 2016/09/27 09:06 # 답글

    이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대학병원은 교육기관이란 의식이 부족한거 같아요. 대학에서도 환자들에게 홍보가 부족하구요. 대학병원 가면 학생의 참관이 당연하다는걸 인지하고 가야됩니다.
    그럴거면 딴데간다고 생각하시겠죠?
    실제로 외국은 1차(동네 주치의) >>2차급 종합병원 >>대학병원...인데 우리나라는 감기걸려도, 간단한 검사도 3차병원가니 3차병원이 무슨 동네병원같아 져버린 측면도 있어요. 1차적으로 의료계에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한국인 특성상 그렇게되면 학생들은 영영 못배우게 될거에요 ㅋㅋㅋ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09 #

    지금도 1차 병원에서 의뢰 받지 않고 3차병원으로 직행하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실 감기에 걸려도 3차 병원에 간다고 하는 말 역시 뉘앙스가 애매합니다. 내가 감기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감기 증상인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인지는 일단 병원에서 검사 및 진단을 받아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 봉봉이 2016/09/28 19:11 #

    네 맞아요. 하지만 그런거 신경안쓰고 바로 3차병원 가시는분 많고...저의 주업무중 하나가...지금 3차병원 갈꺼니까 서류 해주세요....이거 처리거든요.
    아예 진료도 원치 않고 무조건 3차 갈꺼니까 빨리 서류나 해달라....이런사람 너무 많죠. 그런 검사?? 그런건 전부 국가가 지정해놓죠. 1차병원도 대부분 3차에서 일했던 전문의 시죠.
    여튼 의료가 거의 정부의 일방통행이고 이런점도 서로 의견교환하고 이런게 어려워요. 국민도 의사도...거의 모든게 정부가 결정하니...삼자대면해서 문제를 고치고 이런게 힘든것 같아요
  • PFN 2016/09/27 09:19 # 답글

    나가게 해달라면 나갈겁니다.
    막 환자 요구를 묵살시키면서까지 참관은 안해요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10 #

    당시에는 그럴 용기가 없었습니다.
  • ㄷㄱ 2016/09/27 09:44 # 삭제 답글

    다른 부위도 아니고 생식기쪽 수술인데, 사전동의도 없이 참관한 건가요. 씁쓸하네요.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10 #

    수술은 아니고 초음파 검사입니다.
  • 참맛 2016/09/27 23:05 # 답글

    본문 예시의 본인에게 제대로 허락받지 않은 분만참관은 최악이네요. 화나서 애기고 뭐고 팔짝 뛸 듯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11 #

    남자도 같은 상황이라면 정신적 상처가 심할 노릇인 부분입니다. 다만 참을 뿐이죠
  • 채널 2nd™ 2016/09/28 02:09 # 답글

    원래 병원에 가면 ... 환자는 모르모트 -- 마루타라고 해도 뭐... -- 신세입니다.

    한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뭔가를 가르쳐 줄려면 ... "똑같은" 샘플이 필요한데 ... 그게 하필이면 바로 "지금", 내 눈 앞에"만" 있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의사 놈들이 공개적으로 -- 내부자 고발? -- 말하지 않는 이상은 환자들은 불필요한 진료를 아니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꼬우면 IT 선진국에서 하는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어쩌구 저쩌구 하는 문서를 작성하도록 의무ㅎ게 하면 됩니다. ((대신 기꺼이 마루타가 되면 치료비는 낮아질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높아질 수도 잇겠지요.)) ;;;
  • 쓰레기청소부 2016/09/28 18:12 #

    물론 그런 부분은 이해해 줘야죠...하지만 비뇨기과는 음...(더군다나 마치나 블라인드 처리도 없이 갑자기 들어오는 건...)
  • 2018/02/20 16:4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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