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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슈퍼 극장판 : 브로리 감상 후기 0



 꺼져가는 상영관의 불을 간신히 붙잡고 간신히 관람에 성공했습니다.(실제로도 상영시간은 오후 9시10분...이런 늦은 시간에 애니메이션을 본 것도 처음이군요.) '드래곤볼 극장판 슈퍼 브로리' 는 20번 째 극장판인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과거 구 극장판에서 번외인물(?)로 등장했던 브로리가 정사에 편입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작품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화끈한 액션씬과 집중도 있는 스토리 때문에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어 국내 개봉 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허나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개봉 직후부터 상영관을 내리게 되는 흑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스토리의 초반부는 브로리와 손오공 및 베지터의 어린시절과 사이어인 멸망 시나리오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것으로 시작됩니다. 사실 수 십분 정도 지속되는 분량이기에 이미 드래곤볼 설정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오히려 추억 속에 젖어 오랫만에 드래곤볼을 보게 된 올드팬들이나 드래곤볼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아련한 추억과 설정 입문의 흥미로움을 동시에 선사해 줄 수 있는 수준의 분량과 각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꼬꼬마였던 손오공과 베지터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최강의 중년전사(?) 로 성장해 있는 지금의 모습이 겹치면서 일종의 감동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이번 극장판에서는 과거 TV 시리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사이어인 별의 멸망, 손오공이 지구로 온 계기, 브로리의 고난의 시작과 같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상세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극장판의 핵심은 바로 전투씬. 체감상 러닝타임의 70%가 전투씬으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될 만큼 브로리와의 전투씬에 과감하게 모든 것을 투자하였고, 그 액션씬이 품질과 디테일 역시 역대 최고급이었습니다. 시대에 걸맞게 CG가 어우러지고 초사이어인1 부터 갓, 블루, 퓨전까지 손오공과 베지터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전투폼과 기술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람 내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TV 시리즈 처럼 적 한명 만나고 싸우는 데 한 달이 걸렸던 그 답답함은 극장판에서만큼은 말끔해 해소되었고, 어쩌면 대다수의 독자가 원하는 치고 박고 파워업을 거듭하는 드래곤볼 특유의 전투 시나리오가 지체 없이 발휘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손오공 일행이 브로리라는 전설의 초사이어인을 만나 싸운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정사로 편입되어 재창조된 브로리의 캐릭터인데, 구 극장판에서 기껏해야 초사이언2 정도와 상대하여 우위를 점했던 과거의 브로리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전투력의 소유자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브로리가 극장판 2편 정도의 참전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이유는 바로 '카카로트(손오공)' 에 대한 무자비하고 일관적인 증오심,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의 이미지였는데,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브로리는 역대 최고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설정들이 사라져서 아쉬웠습니다.

 극중의 브로리는 본래는 싸움을 싫어하지만 아버지의 독단으로 무자비하게 수련당한(?) 불쌍한 중년 전사의 모습으로 재창조 되었습니다. 살던 행성에서는 자신에게 친구가 있었던 것을 회고하는 것으로 보아 순수한 마음씨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무엇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브로리 파이널폼으로 성장하게 되는 효심 깊은(?) 남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심지어 대사도 꽤 있다!)' 로 진회되었다는 점이지만, 부정적인 평가로는 앞서 구술했듯이 최강의 전투력에 걸맞는 무자비하고 괴수같은 이미지가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드래곤볼이 가진 최악의 문제점이자 매력점(?) 이기도 한 고질적인 파워 인플레는 극장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지난 극장판에서 파괴신 비루스의 70% 정도의 전투력과 거의 대등하게 싸웠던 초사이어인 갓은 브로리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고, 이미 TV 시리즈인 드래곤볼 슈퍼에서 우주 서바이벌과 같은 우주 최고의 괴물들과 산전수전 겪으며 수행해 온 손오공과 베지터 역시 난생 처음 인간과 싸운 전투 가술 초보 브로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리타이어 했습니다. 물론 과거나 현재나 브로리가 유례 없는 초천재 기질의 사이어인이라는 설정은 변함 없기에 브로리의 강함은 극장판에서 더더욱 위력적으로 묘사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이제 막 전투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한 브로리의 파워는 파괴신 비루스보다 월등하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등장 초반부터 너무 강력하게 묘사된 것이 흠이라고나 할까요. 

 참고로 손오공의 최종형태인 '무의식의 극의' 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는데 아쉽군요. 한편으로는 이것이 제작진이 배려한 마지막 주인공 보정이라고나 할까요. 손오공과 베지터가 퓨전한 오지터가 등장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보아서는 아직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인 브로리의 잠재력을 의식한 듯 보입니다.

 어찌되었던 앞서 나왔던 2편의 극장판(신과 신, 부활의 F)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액션과 적이 등장한 만족스런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브로리의 향후 행보가 걱정스러웠습니다. 어린시절 울음소리 대결에서 패배하여 평생 카카로트에게 집착하던 과거의 찌질한(?) 브로리와는 달리 이번의 브로리는 나름 이성도 있고 순수한 마음도 가지고 있어 분명 후속 극장판이나 드래곤볼 슈퍼 TV 시리즈 2기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통상적으로 첫 등장 시 주인공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선사했던 인물의 행보는 아래와 같기 때문입니다.

 1. 브로리가 프리져 등 악당들의 꾀임에 넘어가 손오공의 적이 된다
    → 주인공을 끝까지 괴롭히는 사상 최강의 적으로 등극!
 2. 브로리가 손오공의 동료가 된다
    → 최고급 전투력 측정기로 등극...


 불행하게도 우리가 일본만화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시나리오는 2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흠...




 P.S. 극장판 상영 후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구 극장판을 즐겨보았던 올드팬들이 과거 극장판과의 설정충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구 극장판(드래곤볼Z)은 대대수가 정사에 편입되지 않은, 쉽게 말해 패러랠 월드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여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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