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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근무 꺼려하는 현실에 허덕이는 지방기업들 4





 정부기관도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은 추세인데, 하물며 사기업들은 얼마나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을까요. 그러나 아직까지 교통, 의료, 교육, 주거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서울-지방 간에 엄청난 괴리를 가지고 있는 이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기존 직장인들이나 구직자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기사에서는 마치 모든 직장인들이 지방근무를 거부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고,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공계 출신이면 '선택의 여지 없이' 매우 높은 확률로 지방에 근무해야하는 것이 현실이긴 합니다. 저렴한 땅값과 세제혜택, 공장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구성된 국내 제조업 여건상 제품개발하고 엔지니어링 업무에 종사해야할 이공계 인력들이 근무할 곳은 이러한 지방의 공장이나 연구소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문과 출신들은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겠지만 IT를 제외한 대다수의 이공계 인력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종사하는 사기업 측면에서 이야기해 본다면, 지방에 위치한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개인의 측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도 현실이긴 합니다. 인간의 중요한 기본권인 의식주 중 '주거' 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상당수의 경우는 도심이나 주거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라면 입사 즉시 중고차라도 구매해야 하고 더불어 한 달에 수 십만원의 유류비까지 감내해야만 하는데 이는 구직자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조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규모 있는 기업이라면 유류비나 통근버스를 지원해 주겠지만, 상당수의 기업에서 그런 복지혜택까지 챙겨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입니다.

 기혼자라면 교육과 의료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사교육/과외 시장은 발달수준이 미흡하며 상급병원의 숫자가 드문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현실입니다. 갸뜩이나 교육열과 경쟁의식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자녀의 교육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은 결단하기 쉬운 일이 아니겠죠. 그리고 지방에서 거주하면서 갓난아기 키우는 사람들...일반의원에서의 조치로는 차도가 없을 때에는 하루빨리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자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것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그 지방의 상급병원마저도 서울의 종합병원에 비해서는 시설이나 의료기술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편, 미혼자라면...최근에 절실히 통감한 것이지만 적어도 남성의 경우 지방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조건은 신랑감으로서 상당한 결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개팅 자리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너가 못생겼기 때문이 아니냐?' 라며 뼈를 때리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설령 본인이 지방에 거주해도 결혼생활은 서울이나 서울근교에서 시작하고 싶어하는 상당수의 여성들 입장에서는 지방에서 직장생활하는 남성은 위시 리스트에서 영구제외될 만한 소지가 있겠죠.(물론 몇몇 유명기업인이거나 집안에 돈이 많거나 공직자인 경우는 예외가 있겠지만요.) 

 요즘 비혼이 사회적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결혼의사가 있는 남녀 입장에서는 이러한 서울과 지방과의 격차가 그마저도 결혼의사를 철회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주거문제, 중장기적으로는 자녀교육과 의료문제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뭐, 실제 본인의 지인 중에서도 나름 대기업에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방오지에 있는 공장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소개팅조차 성사하지 못한 경우를 여럿 보았으니 말입니다. 통계적으로 이러한 실상을 집계한다면 분명 작금의 혼인 및 출산율 저하와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요즘에는 서울의 중견기업 이상의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을 가르켜 '킹 갓 사무직' 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자부심을 어필하기도 합니다.(본인도 지인과 만나면서 처음 알게되었어요.) 반면, 이공계 출신들은 산업의 역군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죠. 기사에서는 '핵심인재' 들을 지방으로 유치하기가 힘들다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현실은 매우 아이러니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지방 공장, 연구소~서울 지사까지 발령내는 기준을 입사성적이나 학벌 등의 기준으로 서열화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서울지사에는 당연히 학벌 좋고 내부 입사성적이 좋은 우수인재들이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엔 우수인재들은 서울에 남고, 경쟁에서 밀려난 나머지 사람들은 지방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

 명문대 박사학위에 화려한 포트폴리오를가지고 있는 직원은 서울지사에서 직원용 구내식당 메뉴 정하거나 A4용지 발주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 나머지 직원들은 지방오지의 공장에서 밤새가며 제품개발하고 설계도면 그리는 업무를 하고 있는 웃지못할 사례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 ㅋㅋㅋㅋ 2019/12/04 07:16 # 삭제 답글

    그럼 돈이라도 더 줘야죠. 싫어하는 거 시키는데.
  • 존다리안 2019/12/04 12:52 # 답글

    근데 지방을 살기좋게 개발하면 또 땅값과 임대료가 오른다는 딜레마가 있을 것 같습니다.
  • 2019/12/05 06: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도미너스 2019/12/05 15:30 # 삭제 답글

    저랑 상관 있지만 상관 없는 얘기네요.
    구직자지만 선택할 입장도 안되는지라...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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