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동정 최노인 : 요즘 결혼 프러포즈 문화에 대한 단상...

작성시간 : 2022/03/0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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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세상만사 잡담
작성자 : 쓰레기청소부

지인들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도중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프러포즈' 라는 것을 결혼 준비를 모두 끝마친 이후에야 거행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프러포즈를 결혼 전에 하든 죽어서 하든 타인의 일에 무슨 관심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프러포즈' 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을 때에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므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러포즈란 '청혼' 으로서, 상대방과의 결혼 감정이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어느 한 쪽이 결혼을 고백하고 의사를 정식으로 물어보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절차에 맞게 일반적으로는 남자가 반지나 명품백 등등을 풀셋으로 갖추어 놓고 분위기 있는 장소를 섭외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결혼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결혼에 대한 모든 절차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식장 예약이나 혼수 준비, 신혼집 마련 등 결혼에 관련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남은 기간 동안에 날을 잡아서 프러포즈라는 것을 한다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결혼준비까지 했다는 것은 사전에 두 사람이 이미 결혼에 대한 모든 감정과 의사를 일치시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양가 부모님의 허락까지 맡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미 모든 것이 정리되고 결정된 상황에서 마치 뒷북 치는 것처럼 '청혼' 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감성적으로는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 것이고, 이성적으로는 사실상 같은 일을 두 번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행위일텐데 굳이 뒤늦은 프러포즈는 왜 하는 것인지 더욱 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합니다. 결혼 전에 약식으로 결혼의사를 묻고 상대의 허락을 받으면 양가 부모님께 최종허락까지 받은 이후에 결혼준비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식까지 남은 기간 동안에 이벤트를 잘 마련해서 제대로된 프러포즈라는 이벤트를 거행한다는 것이죠.

본인은 이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지인 일행들 중 그 누구도 논리적이거나 납득할 만한 근거를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떨구며 '요즘엔 그렇게 안하면 여자들이 결혼 안해준다' '화려한 프러포즈 이벤트를 안해주면 친구들과 비교당하다 결국엔 파혼당한다' 라는 허황된 논리만 되풀이 할 뿐이었죠.

어떤 이들은 이제 '프러포즈' 라는 이벤트가 결혼의사를 묻는 본연의 기능은 상실된 지 오래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결혼준비 이후에 하는 것 자체가 전혀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2022년의 프러포즈라는 것은 그저 상대 남성이 자신(여성)에게 얼마나 더 화려한 이벤트와 비싼 물품(반지나 명품백 등등) 을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마지막 확인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결혼준비가 모두 이루어진 후에 실시한 프러포즈에서 상대방이 '결혼 안해!!!' 라고 대답한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결혼준비까지는 어찌어찌 가능했지만 막상 프러포즈 당일날에 남자가 제공해 준 반지나 명품백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결혼과 관련된 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 상황에서 상대방이 결혼 불가 의사를 밝힌다면 그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할텐데 말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주변의 결혼 예정자 혹은 기혼자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문의했으나 속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런일이 발생한다면 결혼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남성 입장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라는 사실만 인지하고 괴로워했을 뿐이었습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