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23/03/14 01:53
- 퍼머링크 : gerckm.egloos.com/5979888
- 카테고리 : 세상만사 잡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글루스 블로그와 함께해 왔습니다. 그동안 정말 박학다식하고 유능한 블로거 분들을 웹에서나마 만날 수 있었고, 한 번 보고 버리기 아까운 포스팅도 많이 접했습니다. 본인 역시 (최근에는 조금 포스팅 횟수가 줄었지만) 누추하고 보잘것 없는 블로그지만 꾸준히 포스팅을 하면서 나름 마음의 위안도 얻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의밍 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글루스라는 공간이...조만간 문을 닫는다니 그동안 쌓인 정과 미련들이 한 번에 몰려오면서 뭔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을 만들어 내는군요. 분명 슬프고 아쉬운 일인데...이 감정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감정에 얽혀 있네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바쁜 일정에 블로그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정작 블로그의 주인장은 본인이고 누구보다 이글루스 메인에 접속해야 했을 본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글루스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은 직장동료로부터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른 블로그 주인 여러분들 역시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은 한 번 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당연히 본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처음 그 소식을 듣고 나서는 도리어 덤덤했습니다. 그러나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면서 '이럴줄 알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라는 걱정과 슬픔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밀려오고, 뭔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런 생각들을 담은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 키보드 앞에 앉게 되는 것도 한참이 걸려서야 이루어졌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도 맞고, '이럴 줄 알았지' 도 분명 맞는 말이었겠지만 사실 제 마음 깊은 곳에는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겠죠.

약 5개월 전, 다음 블로그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게된 뒤 '조만간 이글루스에서도 벌어질 일' 이라는 내용의 글을 포스팅 했습니다. 운명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러한 걱정들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어떻게 보존할까라는 걱정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포스팅들은 재활용이 어려울 정도로 지극히 가십적이고 그날그날의 시황에 얽메인 일회성 내용인 경우가 많아 도리어 그런 걱정은 덜한 것 같고, 그저 이글루스가 완전히 무너진 이후의 제 삶에서 지금처럼 글을 쓰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행위를 다시금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과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큰 마음의 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최노인도 유일한 거처인 이글루스가 무너지면서 그 삶도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일까요. 때로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억지로 글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블로그 만큼 제 인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존재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P.S 포스팅은 당분간 지속됩니다.
written by 쓰레기 청소부
덧글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실지는 몰라도 다른 곳에 포스팅을 하신다면 보러가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동안 올리신 자료들이 사라지는 게 아깝네요...